'4년 치 학과회비 논란' 손놓은 대학들.. 언제까지?

2015. 3. 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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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 전국 최초 '일괄징수 금지' 호평 받아

[대구CBS 권소영 기자]

올해 모 대학에 새내기로 입학한 A(20)씨는 지난 2월 과 학생회로부터 "4년 치 학과 학생회비를 납부해달라"는 우편물을 받았다.

입학식, MT, 총회, 졸업식 등 각종 학과 행사에 사용된다며 학과 회장의 계좌번호로 과 학생회비 33만원을 내달라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돈을 내지 않으면 학과 행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에 A씨는 33만원을 입금했다.

등록금과 입학금에 더해 수십만원에 달하는 학과회비까지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대다수의 신입생들은 A씨처럼 불이익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회비를 내고 있다.

이같은 학과회비 징수 논란은 매년 새학기마다 대학가에서 되풀이되는 문제다.

자율납부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반강제적으로 거두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이로 인한 마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학과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학생회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 사례가 대학마다 만연해 있다.

지난해 전북 모 사립대학에서는 학과회비를 내지 않으면 장학금을 주지 않겠다며 불이익을 줘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학생 간 따돌림이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해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왔다.

또 실제 학과회비가 4년 동안 어떻게 쓰이는지 의문이라는 불만이 학생들 사이에서 터져나온다.

올해 4년 치 학과회비 25만원을 납부한 충남 모 대학 신입생 김모(21)씨는 "학생회가 회비를 개인적으로 쓴다는 소문이 돌아 찜찜하다"며 학생회가 앞으로 공지하겠다고 밝힌 지출 내역서를 꼼꼼히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 모 대학 3학년인 이모(23)씨는 "신입생 시절 선배들이 내라고 하니 냈다. 과 총회에서도 수입이나 지출 외에 세부 내역까지 알려주진 않는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에게 돈을 거두는 것 자체가 다분히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다수 학생회 측은 "학과 행사가 신입생 위주고 참여율도 단연 신입생이 높다보니 신입생에게 회비를 거두고 있다"며 "단 투명한 회계 공개와 감사가 이뤄져야 하는 건 맞다"고 답했다.

매년 새학기가 되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관련 민원이 빗발치지만 대학들은 손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과에서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회비인데다 이미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교과부 역시 "미납 학생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감사 대상이 된다"며 대학에 수차례 주의 공문을 보내고는 있지만, 학생회가 자율적으로 걷는 회비라 관리감독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매년 되풀이되는 이 논란을 끊고 대안사례를 보인 대학도 있다.

경일대학교는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신입생에게 4년 치 학과회비를 징수하는 제도를 전면폐지했다.

경일대는 학생회와 협의 끝에 학교 차원에서 매 학기별로 학생들에게 학과회비 2만원을 직접 거두고, 모자란 경비는 교비로 지원하는 방식을 6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를 처음으로 제안한 경일대학교 정현태 총장은 "자치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동안 악습과 폐단이 지속돼왔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없는 문제고 누군가는 총대를 메 악순환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1981년 '국풍'이 개최되면서 각 대학들이 부족한 축제 경비를 채우기 위해 신입생에게 4년 치 학과회비를 거둔 제도가 지금껏 이어져왔다는 것이 정 총장의 설명이다.

"학생 자치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들도 학과회비로 인한 그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며 "투명한 학회비 운영을 돕기 위해 학교 측이 나서서 관리할 뿐 학과 행사에 제약을 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제출한 학과 행사 예산안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금액을 학과에 제공하는 제도가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한다. "불필요한 잡음 없이 회비가 보다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쓰이고 있다"며 학생들 역시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

'자치'라는 명목으로 30년 넘게 관행으로 이어져 여러 폐단을 낳고 있는 학과회비 제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대학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대구CBS 권소영 기자 notol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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