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연의 썸풋볼] 박지성의 추억 속에서 기성용을 찾다

2015. 3. 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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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대표팀 감독들은 알게 모르게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은퇴 후 그의 전 소속팀들은 모두 그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언제나 모든 힘을 다했던 모습이 그에게 존중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차범근과 자주 비교되었다. 그 비교에서 박지성의 열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근거로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주전급 선수가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이다. 맨유에서 그는 경기의 영웅이 된 적은 있지만, 입장 순간 카메라가 집중적으로 따라붙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늘 '숨겨진' 영웅이 아니었다. 대표팀에서는 누가 뭐라 해도 수준이 다른 에이스이자 주장이었고, PSV 아인트호번과 교토 퍼플상가(현 도쿄상가)에서는 팀의 공격을 앞에서 이끌어나갔다.

그의 진정한 무서움은 여기에 있다. 중하위권 팀의 에이스가 최상위권 클럽으로 옮긴 뒤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때면 그 과정에서''에이스 심리'를 버리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하고는 한다. 일종의 역할 충돌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더군다나 박지성은 국가대표팀에서만큼은 다른 선수들과 큰 기량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소속팀으로 돌아갔을 때 큰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지만 박지성은 마치 두 개의 인격이 있는 것처럼 주연과 조연의 선을 마음대로 넘나들었다. 호날두, 루니, 스콜스 등 한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들 틈새에서 주연 욕심을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증명해야 한다'라는 욕심이자 압박감 속에서 동료들과 엇박자를 내는 선수들은 셀 수가 없다. 퍼거슨 감독의 지도로 맨유가 만들어온 역사 속에서 당당하게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라면, 조연임이 부끄러울 이유가 무엇일까?

얼마 전 기성용이 박지성의 기록을 넘어 6호 골을 기록했다. 그와 동시에 적잖은 수의 팬들 사이에서 기성용과 박지성의 비교가 불붙었고, 기성용이 과연 빅클럽 감인지 여전히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190cm가 넘어 보이는 신장과 매 시즌 90% 이상의 안정된 패스 성공률을 보이는 능력, 그리고 이제는 공중전이라는 명백한 약점을 고치기 위해 험한 몸싸움도 마다치 않는 동시에 멈추지 않고 쌓아가는 공격 기록까지. 많은 패스 중에 전진패스의 비중이 낮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공을 빼앗겼을 때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는 역할을 맡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지 속도를 올리지 못해 뒤로 빼는 선수가 아니다. 소속 팀에서 항상 패스의 줄기를 맡기에 강한 압박을 숙명처럼 마주해야 하는 선수가 자신의 선에서 공을 뺏기지 않는다는 점은 엄청난 강점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축구 팬이 기성용을 가장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성용이 셀틱과 선덜랜드를 거쳐 스완지에 정착할 때까지 승승장구해 왔지만 많은 실수도 있었다. 그 실수들은 기성용이 '건방지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고, 여전히 그의 인성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의 축구만큼은 건방지지 않다. 그는 자신을 내세우고 증명하려는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유지하다 필요에 따라 적극성을 보이고는 한다. 그리고 그 적극성을 보이는 순간에도 욕심으로 인해 팀을 망치지 않는다.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만큼은 감독의 지시를 가장 충실히 따르는 선수 중 하나이다.

빅클럽에서도 그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는 것은, 단순히 그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박지성만큼이나 주연에 욕심을 내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고, 그렇게 '뛰다보니 영웅이 되는' 선수다. 기술적으로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주연 욕심을 내지 않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한 팀은 수없이 많다. 규모가 큰 클럽으로 옮긴다면 힘겨운 주전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스스로 무너지는 일만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동안의 실수를 이유로 그를 응원하지 않는 것은 팬들의 선택이고 그는 그 시선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그의 축구는 이미 많은 빅클럽 스카우터 들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있고, (손흥민이라는 큰 변수의 영향과) 부상 등의 이변이 없는 한 기성용이 한국인 선수 최고 몸값의 경신할 것이라는 예상은 변함이 없다. 그가 축구만으로 안티 팬을 다독일 정도의 선수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고, 스스로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것과는 별개로, 기성용의 축구가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그는 박지성 이후의 한국 축구에서 어떻게 추억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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