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완성차 직영 AS의 수리비 거품..보험료가 샌다

박민하 기자 입력 2015. 3. 6. 10:51 수정 2015. 3. 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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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앞 차량을 살짝 부딪치는 접촉사고를 냈다. 상대방 차는 에쿠스 구형이었다. 살짝 금이 간 정도였는데 범퍼를 갈았다. 수리비가 500만 원이 나왔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니 그런 구형 차량은 폐차해도 650만 원 밖에 안 될 텐데 어떻게 500만 원이 나왔냐고 묻는다. 직영 정비업체에서 과하게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사실인지 궁금하다."

이런 요지의 제보. 국내 완성차 업체 직영 정비의 과도한 수리비 청구 문제다. 외제차 직영 정비가 보여주는 행태와 닮은꼴이다. 불필요한 부품 교체, 불투명한 공임, 고무줄 같은 수리기간. 과도한 수리비가 문제인 것은 결국 내가 낸 자동차 보험료가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과도한 수리비는 결국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GM대우, 쌍용차는 직영 AS센터를 운영한다. 원래는 자체 보증 수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보험적용을 받는 사고수리도 함께 한다. 2012년 자동차기술연구소 조사 결과(2010년 데이터로 조사가 이뤄졌다), 완성차 업체 직영 정비의 평균 자동차 수리비는 129만 2,129원. 일반 정비업체의 평균 수리비 88만 7,949원의 1.45배 수준이다. 전체 자동차 수리건수 중에 직영 AS가 담당하는 비중은 2.73%이지만 수리금액의 비중은 3.93%였다.

데이터를 업데이트 해보기로 했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통계를 받아냈다. 완성차 업체가 자신들의 '갑'이라며 보험사는 통계를 공개하는데 매우 신중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자동사 수리 건수 가운데 직영 AS의 비중은 3.6%. 그런데 직영 AS가 지급보험금 중에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일반 정비업체의 평균 수리비는 100만 3천 원. 직영 AS의 평균 수리비는 163만 4천 원으로 1.6배나 된다. 2010년 데이터로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인 1.45배보다 소폭 높은데,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 손해보험회사의 지난해 사고처리를 보면, 일반 정비업체의 평균 수리일수는 4.2일이다. 직영 AS는 7.3일로 3일 이상 더 길다. 전국적으로 직영 AS의 숫자는 한정돼 있어 한 번 수리할 차량을 입고시키면 마냥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일반 정비업체에 맡겨진 사고의 경우 평균 렌트비가 31만 9천원 지급되는 데 비해, 직영 AS로 들어가면 평균 렌트비가 68만 8천 원 발생한다. 2.2배다. 직영 AS에 맡겨지면 긴 대기시간 때문에 렌터카 사용기간이 길어지고 비용도 더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런 렌트비 역시 우리가 낸 보험료로 충당된다. 이 또한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운전 중 사고를 낸 경우, 동일한 파손 정도라도 피해 차량 운전자가 직영 AS에 맡기느냐 일반 정비업체에 맡기냐에 따라 나의 보험료 할증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현대차의 설명은 대략 이렇다. 한마디로 '종합병원'과 '동네의원'의 차이라는 것이다. 직영 AS는 자동차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설유지와 직원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했다. 당연히 공임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더 있다. 완성차 직영 AS의 수리비 산정이 과연 투명한가이다.

관련 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자동차 수리에 적용되는 표준 작업시간과 공임을 공표하게 돼 있다. 일반 정비업체인 경우 공표된 표준 작업시간과 공임을 기준으로 개별 보험회사와 협의를 거쳐 정비요금을 산정한다. 따라서 일반 정비업체의 자동차 수리비 견적서에는 보통 작업 종류별 작업시간과 공임이 명시된다.

그런데 완성차 업체 직영 AS는 이런 국토부 공표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제작사 자체의 작업시간과 공임을 적용한다. 국토부의 표준 작업시간과 공임 조사 당시 완성차 직영 AS와 외제차 정비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가 일종의 영업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으니 자동차 운전자(보험 가입자)는 수리비의 근거를 알기 어렵다. 직영 AS의 견적서에는 수리항목별 총액만 나올 뿐 작업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완성차 업체가 '고급'이라는 기술의 공임은 얼마인지 나와 있지 않다.

다시 현대차의 입장. 법규상 견적서에 부품 수량이나 단가, 수리비 총액만 표시만 하면 될 뿐, 작업시간이나 시간당 공임을 기재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다만 시간당 공임은 사업장에 게시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들이 공임을 너무 낮추면 영세 정비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어디에 수리를 맡길지 선택은 결국 소비자가 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보험회사들은 같은 차종의, 같은 부품 수리인데도 직영 AS와 일반 정비업체의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고 불만이다. 같은 차종의 같은 부품을 수리하는데 직영 AS센터별로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수리비의 적정성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 보험회사 간에 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리비 산정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근거만 투명하다면 같은 차종, 같은 부품의 수리비가 직영 AS센터마다 왜 다른지 설명이 될 것이다. 자동차 운전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가 부당하게 완성차 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박민하 기자 mhpar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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