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A씨 '월급명세서 누더기' 된 사연

2015. 3.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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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인데도 산업현장선 여전한 '설움'

[CBS노컷뉴스 조성진 기자]

사무용품 제조업체 A사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이 모(50대 여성)씨는 월급날만 되면 자괴감에 빠진다.

2011년 입사한 이씨가 첫해 받은 급여는 월 101만 5000원, 4년이 지난 지금 급여는 116만6000원이다. 4년을 합쳐 이 씨의 임금 상승률은 6% 남짓.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이씨의 임금이 오르는 걸 막기위해 임금체계를 무리하게 고쳐나갔고, 이바람에 임금체계는 누더기가 됐다.

직책수당이나 근속수당이 없는 신입직원의 경우 기본급만으로도 법에 정한대로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 여기에다 근속기간이 늘고 직급이 올라가면 당연히 별도의 수당이 붙게 되는데 A사는 수당이 느는 만큼 기본급을 줄여 결국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편법을 써온 것이다.

결국 '기본급+근속수당+직책수당=최저임금'의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씨의 급여명세서에서 수당 비중은 큰 반면 기본급 비중은 작아져 팀장급인 이씨의 기본급이 신입직원보다 적은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 여성 팀장 기본급, 신입직원보다 적어

A사는 올해 근로수당을 받는 여성노동자들의 기본급을 또 다시 낮췄다. 여성 노동자들에 지급하는 급여 총량을 올려주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작년 보다 7.1%올린 시간당 5580원으로 정해 내심 월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이씨는 또다시 기본급이 깎인 월급명세서를 받아야만 했다.

이 씨는 "회사가 여성노동자의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놓기 위해 기본급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어놨다"면서 "직책수당을 받는 팀장급은 직원보다 기본급이 더 적어진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2001년 1865원이던 최저임금이 2013년 4860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정규직 여성들 중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은 3.0%에서 7.5%로 4.5%포인트 늘었다.

비정규직 여성의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은 같은 기간 10.5%에서 28.5%로 18%포인트나 급증했다. 최저임금이 상승해도 급여는 제자리에 머무는 여성 노동자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남성들과 임금 차별도 여전했다.

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211만8000원으로 정규직 남성 노동자(318만6000원)의 66.5%에 그쳤다. 여성 노동자 중 정규직 비율도 43.5%로 남성 노동자 정규직 비율(62,8%)에 크게 못미쳤다.

비정규직 여성의 처우는 더 심각하다. 비정규직 여성의 월 평균 임금은 112만7000원으로 남성 근로자의 35.4%에 그친다.

◇ 10년째 백만원짜리 노동자

이렇다 보니 노동계에선 여성은 '10년 째 100만원짜리 노동자'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급식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이 모(40대 여성)씨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여성 노동자 임금은 여전히 100만원 대"라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김 모(40대 여성)씨는 "근무한지 5년 됐는데 15년된 선배와 월급이 다르지 않다"며 "여성 노동은 숙련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일각에선 여성 노동자의 임금을 현실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단체들은 여성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문제를 제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여성 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조성진 기자 tal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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