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시민이 소방관보다 먼저 초동진화?
[동아일보]
불이 났을 때 시민들이 소방대원보다 먼저 현장으로 이동해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서는 방안이 추진된다.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관(官) 주도로 펼쳐졌던 화재 대응을 민간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그러나 급박한 화재 현장에서 자칫 시민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화재 및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10만 안전 파수꾼' 제도가 올 상반기에 추진된다. 시는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모집을 시작해 올해만 2만 명을 뽑을 계획이다. 2016년 3만 명, 2017년 3만 명, 2018년 2만 명을 추가로 모집해 총 10만 명을 안전 파수꾼에 임명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소방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소방 골든타임은 화재 발생 후 5분 이내를 말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1분마다 화재는 10배씩 늘어나고, 인명 생존율은 25%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이에 국민안전처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길 터주기 운동 등 소방차 출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교통체증과 불법주차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 소방서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을 분석한 결과 '5분 골든타임'을 지킨 경우는 60.9%에 불과했다.
안전 파수꾼은 재난상황 때 가장 먼저 나선다. 119가 화재 및 응급상황 발생 사실을 접수하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각 소방서에 지령을 내리고 동시에 사고발생지점 근처에 거주하는 안전 파수꾼에게 사고발생지점 및 상황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전달한다. 안전 파수꾼은 소방대원보다 먼저 현장으로 이동해 초기 화재 진압과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처치에 나서게 된다.
안전 파수꾼은 현재 서울시에서 활동 중인 의용소방대(약 4500명)와는 역할이 다르다. 의용소방대원은 먼저 출동한 소방대원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온다. 주로 대형 화재가 나서 인력이 부족할 때 소방대원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안전 파수꾼은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대원보다 먼저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 파수꾼은 응급처치교육 6시간, 소방안전교육 6시간을 받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골든타임 달성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민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불이라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급여를 받지 않고 봉사활동으로 운영되는 안전 파수꾼이 24시간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소방대원보다 빨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안전 파수꾼 제도는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활동하는 시민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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