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황당한 '2층 포대 길'..한달새 무슨 일이?

강신후 입력 2015. 3. 5. 21:10 수정 2015. 3. 5. 2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기억하시는지요. 뒤에 보이시는 장면은 지난 1월 27일 밀착카메라에서 보도한 김해의 한 보행로였습니다. 일명 '포대거리'라고도 하는데요. 한 달여가 지난 지금의 모습은 더 위험하고 황당하다고 합니다. 그 사연, 다시 한번 짚어가면서 왜 이렇게 더 험해졌는지 보도해드리겠습니다.

밀착카메라 강신후 기자가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이것은 제방시설이 아닙니다.

노점상들을 막기 위한 포대입니다.

지난 1월 말 밀착카메라팀이 왔을 당시에는 이렇게 높지가 않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높아졌습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여기저기 널려있던 포대들이 정렬 배치됐습니다. 대신 단층이 복층으로 바뀌어 무게를 더했습니다.

아무래도 1톤짜리 포대를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흙먼지가 날리고요, 사람들의 통행이 더욱 제한됐습니다.

포대는 여기저기 뜯겨 흉물스러워졌고, 쓰레기는 더 많이 쌓였습니다.

포대도 제대로 쌓아놓지 않았습니다. 마구잡이로 쌓다 보니 반 넘게 아래로 기울었고, 볼라드가 이렇게 훼손됐습니다. 이 볼라드는 아예 통째로 뽑혔습니다.

한 달 전 이리저리 포대를 피해가야 하던 시민들은 이제 포대를 넘어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지난번 제가 휠체어로 지나갔던 지점입니다. 다행히 지그재그 포대는 없는데, 이렇게 2층으로 쌓아 올려서 통행을 할 수 없는 불통포대가 있습니다.

막혀 있는 줄 모르고 들어선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습니다.

[조호성/고등학생 : 여기 오랜만에 왔는데. 병원에 가려는데 길이 막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어요.]

돌아가는 길이 멀다 보니 자전거까지 들어 올립니다.

[아저씨 이것 좀 도와주세요. 무슨 이런 일이…]

심지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넘어가야 하는 상황.

특히 지하철로 이어지는 길이 막혀 있어 시민들을 곤혹스럽게 합니다.

방금 한 할머니가 많이 당황했던 지점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넘어가 올라가면 되지만 무릎이 안 좋은 노인들은 올라오지도 못하고 먼 길을 삥 둘러 지하철을 타야 합니다.

[길을 막아놔서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이래 갖고 되겠어요?]

[하선숙/김해시 삼계동 : 길이 없잖아요. 경전철 타고 내려왔는데 (길이 막혀가지고).]

[비쟈/미국인 : 무엇을 짓는 거 같아요. 길을 다 막아 놓았네요. 뭐 하는지 잘모르겠어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포대 때문에 보행 폭이 1.6m밖에 되지 않습니다.

방금 보셨던 것처럼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보행자들은 이런 위험한 도로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규정상 보행 폭은 반드시 2m를 확보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보행로 옆에 있는 건물의 주차장입니다. 이렇게 직진을 할 수 있는데 차가 후진을 하고 있습니다. 저기를 보시면 포대가 길을 막아섰습니다.

[운전자/은행방문객 : 대단히 불편합니다. 제가 오늘 처음 방문했기 때문에 은행 사정을 잘 모르죠.]

포대마다 "단속반이 무서워요", 현수막을 통해서는 강제단속 중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상인들이 있었던 자리에는 대형화분이 줄지어 있고, 단속반이 무섭다는 포대는 2층으로 올라갔고, 저기에 걸려 있던 현수막은 사라졌습니다.

새벽시장도 사라진 것일까. 시장이 열리는지 기다려봤습니다.

새벽5시부터 2시간가량 기다렸는데 북적였던 상인들과 손님들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전통시장으로 가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근처 유료주차장에서 노점상인들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주차비를 내고 정오까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바닥을 보시면 판매품목과 판매상인을 적어놓고 구획을 나눴습니다.

[홍연주/김해 새벽상인 : (포대에 쫓겨 이곳에 온 것은) 저희에게는 너무 크나큰, 가혹한 거죠.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렇다면 노점상인들도 없는 보행로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이번 행정을 기획한 김해시 공무원에게 그 취지와 이유를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해시 담당 공무원 : 저쪽 상인들이 언제나 다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지금은 철수 시기가 아닙니다. 도로가 2m도 안되는 보도도 (다른 곳에) 많잖아요. (2m를 확보) 하려다가 피치 못해서 이렇게 놓고…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담당 공무원의 설명과는 달리 폐쇄됐다는 보행로와 이어지는 진입 지점이 곳곳에 있고, 어디에도 안내문은 없습니다.

[김해시 담당 공무원 : 막아놨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참 말 안 들어요. 못 가게 해놨으면 안 가야 하는데. 왜 굳이 뛰어넘어가면서 이렇게 하는지.]

시민들의 보행로가 이렇게 반토막이 나 버려서 이동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관할지자체의 불통행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1톤짜리 포대가 또 한층 더 쌓이면서 시민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짓누르고 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