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식 수업..조는 학생 한명도 없어

입력 2015. 3. 5. 21:00 수정 2015. 3. 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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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산형 혁신학교 만덕고 가보니

"엠아이티(MIT)가 뭐지?"(ㄱ학생)

"미국의 유명한 공과대학이야."(ㄴ학생)

4일 부산형 혁신학교인 북구 만덕고 2학년 3반의 3교시 영어 수업시간엔 고개를 숙이고 자는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상당수 학생이 영어·수학을 포기하고, 엎드려 자는 일반고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4명씩 모둠을 이룬 학생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영어 선생님이 나눠준 영어 지문에서 어려운 문장과 단어가 나오면 서로 물어봤다.

박덕수 영어 교사는 "친구들끼리 서로 묻고 함께 과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과제가 끝나면 모둠을 대표하는 학생이 발표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부산형 혁신학교 10곳을 지정했다. 만덕고는 부산의 고교 145곳 가운데 유일하게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친구끼리 문답하며 과제해결"수시모집 대비에 효과" 판단학부모자치회에 교장실 내줘교사·학생·학부모 모두 만족

대학입시가 코앞인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는 자칫 모험일 수 있다. 학력 하락 우려 때문이다. 만덕고는 이런 걱정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엎드려 자는 학생을 줄이기 위해 학생 주도형 수업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만덕고 교사 60여명은 서울 혁신고 교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일부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방식을 연구했다. 영어·한국사 등을 맡은 4명의 교사가 개학을 맞아 토론형 수업을 먼저 시작했다.

만덕고는 토론식 수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맞는다고 판단했다. 지방의 인문고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입학하는 정시모집보다 대학 입학 정원의 60~80%를 차지하는 수시모집을 겨냥해야 하는데, 토론식 수업은 내신성적과 함께 동아리·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 및 면접·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수시모집에 대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1학년 이동형군은 "영어 수업을 마주보고 해보기는 처음인데 누가 열심히 수업을 받는지 알 수 있어서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승화씨는 "혁신학교로 지정됐다고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는 없다. 오히려 학교를 바꾸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사들이 수업연구와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부장교사 3명에게 맡겼다. 또 학부모자치회를 만들어 교장실을 내주고, 학생 체육대회는 학생회가 기획하고 진행하도록 하는 등 학생 자치 활동을 강화시켰다.

김대성 교장은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혁신학교의 시작이다. 우리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선 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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