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찌질이'처럼 보이려고 체중관리도 포기했어요" [인터뷰]

김지하 기자 2015. 3. 5. 12: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설의 마녀 이종원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불륜남' '이혼 전문 배우' '배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종원은 떠오르지 않았다.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극본 구현숙·연출 주성우)를 통해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순정남'이 됐다. 극 중 그의 이름만큼 이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설의 마녀'는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복수극을 펼치는 이야기다. 이종원은 드라마에서 신화그룹 운전기사 탁월한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고시원에서 살면서 네 명의 동생을 모두 건사한 성실한 가장이자, 전과 기록이 있는 손풍금(오현경)과 선입견 없는 로맨스를 펼치는 남자 중의 남자다.

탁월한이 된 이종원은 전작들에서 주로 종사해온 전문직을 내려놓고 '사모님'의 운전대를 잡았다.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의상은 단벌 트레이닝복과 소위 '깔깔이'라고 부르는 군용 방한복, 출근용 정장이 전부다.

그만의 탁월한을 완성하기 위해 이종원은 우선 살을 찌웠다고 했다. 시놉시스에서 본 탁월한은 '제비족 같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남성'이었지만 "스토리 자체가 '네 여성'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돋보이는 것 보다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어요"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속된 말로 '찌질이'처럼 보여야 하잖아요. 그래서 체중관리를 하지 않고 배도 좀 나오고, 머리도 지저분할 때가 있는 그런 캐릭터로 보이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드라마는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고, 네 마녀의 복수극과 캐릭터들의 러브스토리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종원이 꼽은 드라마의 성공 이유는 연기자의 조합, 연출과 작가의 노하우, 주말 저녁시간대를 사수해온 MBC의 흐름이었다. 그는 "주연 배우들과 조연 배우들을 아우르는 연기자 조합이 참 잘 됐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김수미 선배를 보면 엄지손가락이 세워지는 정도"라고 말한 후 "시청자가 계속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템포, 즉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스토리 조화도 잘 이뤄졌어요. 종영된 '왔다! 장보리'와 '마마'가 시청자들을 확실히 잡아두기도 했고요"라며 웃어보였다.

잘 나가고 있는 드라마지만 '전설의 마녀'가 처음부터 이종원에게 와 닿았던 작품은 아니었다. 과정과 결과를 따지면 나쁘지 않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이종원은 "그래도 시청자들한테 명쾌한 캐릭터를 보여준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이미지 변신이 됐죠.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출연하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종원은 드라마에서 주로 호흡을 맞추는 오현경에 대해서도 "사실 현경이와의 호흡은 걱정도 안 했어요. 눈빛만 봐도 알 정도로 통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일하는 것 자체에서 힘든 점을 찾기는 어려웠죠"라며 "키스신을 꼭 넣어달라고 요구한 것도 저예요. 진한 멜로적인 키스신이라기보다는 고시원에서 터진 그 키스신이요"라며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계기가 됐잖아요. 사실 대본 지문에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처럼 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거기에 둘의 호흡이 더해져 재미있는 장면으로 탄생했어요"라는 설명을 보탰다.

'전설의 마녀'는 확실히 이종원이 가진 과거의 이미지들을 잊게 했다. '전설의 마녀'와 맞물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MBN '천국의 눈물'에서 잠시 불륜남과 순정남의 삶을 함께 살기도 했지만 탁월한이 주는 이미지가 더 강렬했다. 이종원 역시 배우로서 '변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이종원은 "연기 패턴은 동서남북이라고 생각해요. 동쪽과 서쪽이 반대고, 남쪽과 북쪽이 반대듯 극과 극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싶은 게 목표거든요"라며 "그러다보니 강한 역할 뒤 가벼운 역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한 쪽에서는 격정적인 멜로를, 한 쪽에서는 코믹한 멜로를 보여주며 극과 극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참 재미있게 봤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988년 광고 모델로 데뷔해 이종원은 수십 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해 왔다. '청춘의 덫' '젊은이의 양지' '마지막 승부' 등 이름만 들어도 생각나는 작품들이 있을 정도의 베테랑 배우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직접 "재벌, 의사, 변호사, 회사원, 시간강사 등 안 해본 직업이 없는데 자영업은 한 번도 안 해본 것 같네요. 커피숍 사장은 좀 어울리나요?"라고 웃어보일 정도로 수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이렇듯 벌써 데뷔 28년차가 됐지만 그에게도 롤모델은 분명히 있었다.

이종원은 "공개적으로도 자주 이야기를 했지만, 아버지(박근형)처럼, 그 정도 나이에 그 정도 커리어에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50대, 60대, 70대에 맞춰 필요한 캐릭터가 있잖아요. 아버지는 도시적이면서도 강한 이미지예요. 한편으로는 어눌하면서도 망가질 준비가 된 배우기도 하고요. 이에 제 목표는 아버지 같은 위치에 있고 싶다는 거예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종원은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롱런'하는 배우일 수 있는 이유를 보여준 셈이다. 이런 그가 인터뷰를 마치며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고 없이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참 기분이 좋아요. 시청자가 많이 봐줬다는 것 역시 정말 감사하고요. 제 역할을 다 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배우 입장에서는 기분이 떨어질 수 있잖아요. 흥도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해요."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권영민 기자]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