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만원 양심청년 "그 돈 꿀꺽? 나에게 부끄럽잖아요"

2015. 3. 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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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이영호 (양심청년)

지금부터 우리 모두 집안 대청소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볼까요. 부엌 청소 중, 갑자기 정체불명의 봉투가 나왔습니다. 여기에는 450만 원 상당의 돈다발이 들어 있었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돈다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대전에 한 아파트에서 있었던 실화인데요. 돈다발을 발견한 회사원은 주인을 찾아 나섰고요, 결국 원래 주인이었던 할아버지에게 돈을 돌려드렸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돈다발을 돌려준 양심청년이죠. 이영호 씨를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 이영호>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이 사연을 듣고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는데요. 회사원이시라고요?

◆ 이영호> 네.

◇ 박재홍> 어떤 일 하시는 분인가요?

◆ 이영호> IT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제가 앞서 살짝 소개했지만, 돈다발을 발견했던 순간으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청소를 하다가 돈다발을 발견했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요. 어떻게 발견하신 겁니까?

◆ 이영호> 숙소에서 이사를 하면서 가전제품을 중고매장에 팔고 부엌을 정리하다 보니까요. 가스레인지 밑에 하얀색 봉투가 있더라고요. 그걸 열어보니까 거기에 또 돈 봉투가 있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니까 이사를 준비하시다가 가스레인지 밑에서 봉투를 발견을 하신 거예요. 이게 뭘까 하고 열어보셨겠네요?

◆ 이영호> 네. 열어본 다음에 돈을 세어보기까지 했습니다.

◇ 박재홍> 액수를 확인하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이영호>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요. 그런데 가스레인지 생각을 하니까 그전에 할아버지가 가스레인지를 주고 가셨으니까 할아버지 돈이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셨군요. 그러면 이사 와서 청소를 한 번도 안 하셨던 겁니까?

◆ 이영호> 가스레인지 아래 쪽은 아무래도 일반 가정집에도 청소를 잘 안 하실 거예요.

◇ 박재홍> (웃음) 그렇겠죠. 그러니까 이전에 사시던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나요? 집주인이셨나요?

◆ 이영호> 집주인이기보다는 세 살던 할아버지였죠. 전세로 사셨고요. 몸이 불편하셔서 혈액 투석을 받고 계셨거든요. 할아버지가 병원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신다고 하셨었어요.

◇ 박재홍> 이전에 아파트에서 사시던 분이 할아버지셨고요. 이영호 씨가 그다음 세입자로 이 집에 들어오신 과정에서 돈다발을 발견하신 겁니다.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은 안 해보셨어요? 바로 돌려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 이영호> 혼자서 있었던 게 아니라요. 발견은 저 혼자 했는데요. 일단 숙소로 쓰다 보니까 같이 살던 분도 있었어요.

◇ 박재홍> 그러면 함께 살고 있는 분이 있었던 거네요. 누구인가요? 회사 동료입니까?

◆ 이영호> 예. 회사 동료입니다.

◇ 박재홍> 그래요. 그러면 돈을 발견한 것을 동료와 함께 알게 됐고요. 동료와 함께 돌려드리자고 의기투합을 하신 거네요.

◆ 이영호> 네. 할아버지를 찾을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동료와 상의를 좀 했었습니다. 일단 예전 우편물을 찾아봐서 할아버지에 대한 인적 정보가 있는지 찾아보고요. 그다음에 주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이전에 살던 할아버지 전화번호를 알고 계신지 물어봤고요. 그리고 부동산에도 전화를 해서 이전에 계약할 때, 계약서 같은 곳에 연락처 같은 것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박재홍> 그렇게 어렵게 이 돈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 노력하신 거네요. 그런데 두 분 사이 이견은 없었습니까?

◆ 이영호> 예. 바로 할아버지를 찾아서 돌려드리자, 이렇게 의견이 나왔어요.

◇ 박재홍> 두 분 모두 정말 1초도 고민을 안 하셨어요?

◆ 이영호> 저는 원체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 박재홍> (웃음) 함께 있는 직장 동료는요?

◆ 이영호> 그분도 워낙 쿨하신 분이라서요. 굳이 자기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데 다른 돈에 대해서 욕심을 내야 될까 생각하신 거죠.

◇ 박재홍> 두 분 모두 법 없이도 살만한 그런 분이네요. 어떻게 이런 큰 돈을 발견하시고 1초도 고민을 안 하실 수가 있을까요?

◆ 이영호> 그 돈을 따로 챙기게 되면 나중에 제 자신한테 부끄럽지 않을까요?

◇ 박재홍> 예. 그리고 또 할아버지가 편찮으신 분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요.

◆ 이영호> 그렇죠.

◇ 박재홍> 그리고 이제 할아버지를 쉽게 찾은 게 아니라요. 병원까지 추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러면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 이영호> 제가 예전에 아파트 계약을 할 때, 그 할아버지가 병원에 신장투석을 받으러 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걸 기억해서 경찰분들에게 그 부분까지 설명을 드렸거든요. 그 할아버지의 집주소를 찾아봤는데, 연락했을 때 이사한지 한 6일이 지난 이후였고요. 주변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받는 분을 찾다보니까 그 할아버지가 나오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면 이제 몇 년 만에 돈다발이 간 겁니까? 2년 만에 간 건가요?

◆ 이영호> 최소 2년이죠. 할아버지도 아파트에서 2년 정도 사셨으니까요.

◇ 박재홍> 그러면 할아버지랑 통화도 해보셨어요?

◆ 이영호> 할아버지랑 통화는 못해봤어요.

◇ 박재홍> 그럼 할아버님이 왜 돈을 거기에 숨기셨는지 자세한 사연은 알기 힘드셨겠네요.

◆ 이영호> 도둑이 신경 쓰지 않는 곳을 찾다가 가스레인지 밑에 숨기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안전한 장소를 찾다 보니까 가스레인지 아래에다가 돈을 숨기셨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지금 인터넷에서 우리 이영호 씨를 양심청년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많은 분들이 칭찬하고 계십니다. '양심청년'이란 명칭은 마음에 드십니까?

◆ 이영호> 그 말을 저 혼자 듣기에는 조금 그런 것 같고요. 저도 인터넷 글들 자주 보는 편인데요.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한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제가 한 것도 다른 분들을 보고 배운 것들이고요. 다른 분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뭔가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이영호 씨도 이전에 있었던 세상의 많은 천사들을 통해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으셨고요. 또 아마도 이영호 씨의 선행을 보고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같이 살던 분도 돈을 돌려드리고 많이 뿌듯해하셨을 것 같은데요. 친구분은 뭐라고 하세요?

◆ 이영호> 그분이 지금 결혼을 준비 중이거든요.

◇ 박재홍> 아, 그래요?

◆ 이영호>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점수를 많이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 박재홍> (웃음) 그렇군요. 장모님, 장인어른이 우리 사위 참 훌륭한 사람이다, 이렇게 믿으실 수 있겠네요. 그러면 이영호 씨 부모님도 이 사례를 알고 계세요?

◆ 이영호> 예. 알고 계십니다.

◇ 박재홍> 부모님은 뭐라고 말씀을 하세요?

◆ 이영호> 부모님은 잘했다고 그러시는데요. 그런데 요새 나쁜 일이 많잖아요. 돈을 돌려주더라도 받은 사람이 그거 가지고 뭐 돈이 없어졌다고 한다든가요.

◇ 박재홍> 원래의 액수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이영호> 그것 때문에 걱정하시더라고요. 돈을 돌려주고 나서 또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니냐, 덤터기를 쓰는 거 아니냐.

◇ 박재홍> 당연히 그런 일은 없겠죠.

◆ 이영호> 저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할아버지지도 굉장히 고마워하시면서 치료비에 쓰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와 만나지는 못하셨지만, 방송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영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사례금 같은 건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경찰서에다 20만 원을 두고 가셨더라고요.

◇ 박재홍> 사례금으로요?

◆ 이영호> 예. 할아버지를 만났으면 그 자리에서 돌려드리고 싶었는데요. 괜히 그 사례금 때문에 제가 돌려드린 것 같아서요. 마음이 굉장히 찜찜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그 사례금은 어떻게 하셨어요?

◆ 이영호> 사례비는 일단 택시비로 좀 쓰고요.(웃음) 같이 살던 분한테 반을 드리고 나중에 좋은 데 쓸 예정입니다.

◇ 박재홍> 그래요. 우리 이영호 씨는 IT 업계에서 일하신다고 하셨는데요. 따뜻하고 선한 마음을 통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이영호>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450만 원 상당의 돈다발을 주인에게 돌려준 양심청년입니다. 이영호 씨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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