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부탁해①] 장성호 "KIA에 트레이드 요청, 내 생애 가장 슬픈 날"
[일간스포츠 서지영] 일간스포츠는 프로야구 선수의 자녀가 아버지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하는 '아빠를 부탁해'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첫 순서는 '스나이퍼' 장성호(38·kt) 입니다. 장성호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 서진(13)과 아들 우진(10)을 슬하에 두고 있습니다. 남매는 아빠를 당황하게 한 '촌철살인' 질문과 함께 애정 넘치는 질문으로 잔잔한 감동을 건넸습니다.
◇ 맏딸 서진이가 묻습니다
- 아빠 인생 최고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빠 인생의 최고 순간은 두 차례 정도인 것 같아. 한 번은 이미 왔고, 나머지는 아직 안왔다. 먼저 최고의 순간은 서진이와 우진이가 태어난 날이야. 아빠는 운이 좋게도 우리 아들 딸이 태어나는 걸 모두 봤어. 엄마가 제왕절개로 서진이를 낳은 시간이 오전 8시30분 이였거든. 아빠는 네 얼굴 보고 4시간이나 막 울었다. 팔 다리 멀쩡하고, 건강한 걸 확인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 안도감도 생기고. 그때 아빠 나이가 26세였거든. 그래서 더 감동이 컸지.
둘째 우진이는 마침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태어났어. 이미 한 번 경험을 해서그런지 우진이가 나왔을 때는 2시간 정도 울었던 것 같다.(웃음) 나머지 최고의 순간은 아직 안왔어. 아마도 아빠의 은퇴식 날이 되지 않을까 싶어. 서운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참 기쁠 거 같네. 생애 가장 열심히 해 온 일을 그만두는 거니까. 아… 생각해보니 서진이가 시집갈 때도 최고의 순간이 될 것 같은데.(웃음)"
- 아빠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 할거에요.
"안 할래. 야구는 다시 안 할거야 아빠는. 너무 힘들어. 아프기도 하고 단체 생활을 하며 자신을 맞춰 나가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란다. 아빠는 다시 태어나면 다른 인생을 살고 싶어. 아빠가 공부를 했었다면 참 잘했을 거 같아.(웃음)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야. 아빠 생각보다 머리 좋다. 집중력도 있고. 원래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한다잖아(웃음) 서진, 우진아. 아빠는 너희한테 공부하라는 말은 안 한다. 하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한 뒤 집중력 있게 했으면 좋겠어. 몰두하는 사람은 뭘 하더라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본다."
- 야구를 안 했다면 뭐 하고 계셨을까요.
"공부를 했다면 지금 의사나 판사가 됐을 것 같은데. 이런 직업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종종 갖는 직업이니까. 아빠는 구태여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업이란 걸 아닌 척 포장하고 싶지는 않구나. 하지만 우리 서진이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해. 아빠 욕심을 서진이에게 투영하고 싶지 않아. 기억나니? 아빠가 며칠 전 네 졸업식에 맞춰서 동영상 보냈잖아.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굳건하게 마음의 심지를 다졌으면 한다."
- 야구 말고 무엇을 하실 때 제일 행복하세요.
"음…아빠는 발마사지.(웃음) 그리고 사우나 한 뒤 나와서 찬 공기를 들이마실 때가 행복해. 너무 소박한가. 생각해보니 다 운동 후 휴식을 취하거나 치료를 받는 것과 연관이 있네. 서진아. 아빠 사실 약간 평발이야. 종일 훈련을 하고나면 발이 피로하단다. 또 너희가 바라는 걸 사줄 때도 행복해. 엄마는 버릇 나빠진다고 안 된다고 하지. 하지만, 아빠는 부족함 없이 챙겨주고 싶어. 어디 가서 기 죽지 말라고."
◇ 둘째 우진이가 묻습니다
- 아빠한테 야구란 뭐에요.
"직업이지. 아빠가 야구를 열심히 하면 너희를 잘 키울 수 있어. 가장으로서 우리 식구가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또 있겠어. 음…아빠는 명예욕은 크게 없어. 물론 이따금 인터뷰를 할 때 '신기록을 깨겠다'는 말을 하곤 해. 그런데 말야, 이런 기록은 아빠가 야구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야. 주변에서 자꾸 '깨라'는 말씀도 하시고 또 욕심도 나긴 하지만."
- 만약 제가 야구를 한다면 아빠처럼 잘할까요. 어떤 포지션이 좋을까요.
"싹은 보여. 이따금 아빠랑 캐치볼 하잖아. 그럴때 보면 공 던지는 폼이 상당히 좋아. 야구에 대해 질문할 때도 제법 진지하고. '야구의 피가 흐르는구나' 싶을 때도 있어. 포지션을 추천하자면 내야수가 좋을 것 같아. 물론 야구는 투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고독하단다. 야수 중에서도 내야수는 센스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치는 것 받는 것을 포함해 수비 센스가 정말 중요한 매력적인 위치같다.
하지만… 아빠는 우진이가 야구 안했으면 좋겠어. 야구는 1등만 존재해. 2등은 늘 지고 사는 거야. 남에게 진다는 건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아빠는 30년 넘게 야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무안타 경기를 하면 버거워. 또 다음날 경기를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그 고통을 내 아들이 받는 게 싫어."
- 아빠가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언제에요.
"KIA에 있을 때 구단에 트레이드 요청한 다음날이 가장 슬펐어. 아빠 성격상 후회는 안한단다. 하지만 아빠가 KIA에 있었다면 팬들이 기다리는 신기록도 조금 더 일찍 깼을 것 같네. 그 트레이드가 있었기에 kt에 온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건 결과론일 뿐이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빠가 KIA를 떠나면서 야구 인생이 조금 꼬인 것 같아. 가족에게도 미안했어. KIA에서 나온 후 이리저리 팀을 바꾸고 이사를 다녔지. '바람 따라 흘러가는 나그네'가 딱 아빠였어. 서진이 우진이에게 못할 짓이었지. 친구들과 친해질 만 하면 이사를 했으니까. 엄마는 또 얼마나 힘들었겠니. 아빠는 그게 너무 속상하단다."
- 아빠에게 서진이와 우진이는 어떤 존재에요.
"말해 무엇하니. 넘버 원이지.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못하는 내 새끼지."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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