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전격 은퇴, 지도자 변신 설기현의 '유죄 2'
[스포탈코리아]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설기현이 갑작스럽게 은퇴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는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변신이다. 설기현은 올해 36세의 나이다. 충분히 현역선수 생활을 더 지속할 수도 있고 또한 은퇴라는 길을 걸어 지도자의 길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부상 등으로 선수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아름답지 못한 이별은, 유럽 빅 리그까지 경험한 스타 선수로서 갖춰야할 도리가 아니었다. 이와 더불어 36세의 나이로 대학팀 지휘봉을 잡겠다는 선택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많은 축구인과 지도자들에게 허탈감과 함께 씁쓸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지도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설기현과 같은 스타 선수 출신의 지도자 변신은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충분한 지도자 준비도 없이 대학 지휘봉을 잡겠다는 설기현의 선택은, 너무 성급하고 단순한 선택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지도자로서 첫 번째 갖춰야할 1급 지도자 자격증 유무를 논하기 이전에 설기현은, 현재 한국축구 발전을 이룩하는데 피와 땀을 흘린 많은 지도자들의 인고의 시간 속에 노력을 먼저 뒤돌아 봤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고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도 가졌어야 한다. 만약 설기현이 이를 조금이나마 생각했다면 섣부른 행동과 판단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결코 지도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설기현이 어리다 보니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판단에 급급 대학무대의 지휘봉을 잡을 결심을 하게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또 한편으로 지도자는 물론 축구계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유럽 빅 리거 출신인 박지성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 등으로 은퇴를 선언하며 불필요한 구설수를 만들지 않았다. 이에 비교하여 설기현은 너무 성급한 행동과 판단으로 오해와 구설수에 오르는 우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 같은 설기현의 행동은 이 번 뿐만이 아니다. 2011년 K리그 시즌을 앞두고 포항 스틸러스 소속이던 설기현은 동계 전지훈련까지, 소화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울산 현대 이적을 결정하여 많은 이들을 당황하게 하며 프로생활 내내 '저니맨'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 팀을 전전했다.
이런 점들을 뒤돌아봤을 때 설기현은 유럽 빅 리거 출신으로 은퇴와 지도자 생활을 신중을 기하여 결정했다면 충분히 박수를 받으며 웃을 수 있는 분위기속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은퇴를 할 수 있었고, 아울러 대학 무대에서도 환영받으며 지도자로서의 새 출발을 아름답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설기현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결과적으로 설기현은 마지막 단추와 첫 단추를 모두 잘못 꿰며 어색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설기현의 축구 인생에서 대학 감독은 제2의 축구인생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은퇴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설기현은, 지금까지 한국축구에 기여했던 바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이래저래 설기현의 갑작스런 은퇴는 인천 유나이티드 팬에게 유죄고, 지도자 변신 역시 축구계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이어서 유죄다.
김병윤(용인축구센터 신갈고 코치)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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