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강의마다 교수에게 '음료 접대'? 학생회, 학과생에 매주 갹출 논란

신은정 기자 입력 2015. 3. 5. 02:27 수정 2015. 3. 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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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김영란법 위반" 비판 잇따라

한 사립대에서 나온 '교수님 음료 조공' 공지가 '김영란법' 위반 논란으로 커졌습니다. 1000원도 안 하는 음료를 드리는 것과 사립학교 교원이 100만원을 넘게 받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김영란법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진짜 그럴 수 있겠네요.

누군가 온라인에 공개한 휴대전화 대화(사진)가 논란의 발단입니다. 카카오톡 단체방을 캡처해 올린 이 네티즌은 "문제가 많다"고 고발했습니다. 학생회 간부로 추정되는 사람이 "학과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 수업 전 교수님께 음료를 챙겨 드릴 거니 일주일에 1000원씩 내 달라"고 공지했습니다. 애교 섞인 말투와 이모티콘을 넣어 부탁했지만 결국 돈을 내라는 내용입니다. 고발한 네티즌은 "물론 교수님이 대단히 고생하는 건 알지만 매시간 음료를 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까짓 1000원 가지고 꽤 빡빡하게 구네'라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1000원도 모이면 몇 백만원이 넘습니다.

공지를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은 "1학년 150명이 1인당 1000원씩만 걷어도 한 달에 60만원, 한 해 700만원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4년제 간호학과 모든 학생이 1000원씩 걷는다면 그 액수는 어마어마하게 불어납니다. "수업시간마다 고급 홍삼 엑기스라도 바칠 거냐"는 빈정거림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 보니 "김영란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야금야금 쌓이는 돈이 누군가의 뒷주머니로 들어가거나 접대에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교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음료 드리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 강단에서 아주 흔한 일이고요. 그러나 학생이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학생회가 나서는 모습이 영 이상합니다. 한 네티즌은 "비싼 등록금을 내는데 교수 음료까지 사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학생회가 이런 식으로 뒷돈을 챙기는 거 아니냐"고 의심했습니다.

학생회는 수업 전 교수에게 줄 음료를 챙기는 것을 '전통'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은 사제 간 정을 보여주는 전통이 아니라 '악습'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당 수십만원씩 걷어 교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2차로 노래방까지 가는 사은회 때문에 졸입생들이 눈물을 흘린다는 몇 년 전 기사가 생각납니다. 한 번만 걷느냐, 나눠서 걷느냐만 다를 뿐 결국 목적은 '접대' 아닌가요.

보도 이후 해당 학교의 학회장은 "한 학기에 1000원씩 걷는 것인데 학년 대표가 잘못 알린 것이며 나중에 공지를 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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