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초등생이 타임지 읽고..'사교육 전쟁터' 안과 밖

박영우 2015. 3. 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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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값보다 비싼 전세가가 나온다면 아마도 대치동일 거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학원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합니다. 자, 대치동 학원의 속살을 들여다볼까요? 도대체 뭘 어떻게 가르치기에 이렇게 모여드는 걸까요? 그렇게 해서 결국은 부의 대물림, 학력의 대물림, 이런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대치동 학원, 어떤 곳인지 심층 취재했습니다.

박영우 기자입니다.

[기자]

대치동의 한 영어학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한창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읽고 있는 건 헤밍웨이의 소설입니다.

대학생도 읽기 힘든 영어 원본을 초등학생이 읽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수업은 영자신문보기. 신문기사를 보고 다양한 주제로 영어 토론을 이어갑니다.

초등학생이지만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의 눈빛은 진지합니다.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외국에서 산 적이 없습니다.

[(해외 나갔다 왔었어?) 안 가봤어요.]

[알렉스 리 원장/대치동 영어학원 : 대치동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영어유치원을 졸업을 하면서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생활한 학생 이상으로 영어를 잘한다고 보면 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 학생들이 성인들도 어렵다는 영어시험 토플 고득점을 받기도 합니다.

120점 만점에 110점을 받은 학생들도 많습니다. 성인 포함해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아이 교육을 위해 이사를 옵니다.

김미선 씨도 9년 전 일산에서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두 딸을 대치동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김미선/대치동 학부모 : 대치동에 와서 하면 좋은 점은 수준별의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거죠. 잘 고르기만 하다면.]

김씨는 다른 지역의 학원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대치동에 있는 한 수학 학원의 수업 시간표와 다른 지역 학원 시간표를 비교해 봤습니다.

대치동 학원은 학년별로 최대 12개 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습진도와 수준별로 나눈 겁니다.

이번엔 일산에 있는 학원 시간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상중하로 나뉜 3개 반만 있을 뿐입니다.

대치동 학원은 학생을 학원 수업에 맞추지 않고 학원이 학생에 맞추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대치동 학원들도 이런 점을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김민준 원장/대치동 수학학원 : 세분화된 분반, 거기에 맞는 최적화된 교재, 그 다음에 두 선생님의 타이트한 관리 이런 삼박자가 맞으니까.]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 오전 9시가 되자 앳된 학생들이 하나둘 학원에 들어옵니다.

강의실마다 삼삼오오 수업을 듣기 위해 학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른 아침 힘들 법도 하지만 선생님의 강의를 놓칠세라 꼼꼼하게 메모하고 집중합니다.

이번에 고등학교에 들어간 한 학생은 이미 대입수능시험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방학 동안 고등학교 3학년 진도를 모두 배운 겁니다.

이렇게 진도를 빼기 위해서 이 학생은 방학 동안 살인적인 학원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대치동 학원생 : 9시부터 2시까지 수학학원, 조금 쉬다가 4시부터 6시에 과학학원 6시 30분부터 8시까지 국어학원, 그다음에 밤에 9시부터 11시까지 영어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해당 학생에게 공부가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대치동 학원생 : 힘들죠. 계속 연속적이니까. 쉴 시간도 매우 없고 힘들죠.]

점심시간.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에 가봤습니다.

자리마다 책을 펴놓고 밥을 먹는 아이들이 눈에 띕니다.

하루 100개 넘는 영어 단어를 외우자니 밥 먹는 시간마저 쪼개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치동 학원가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저녁이 되면 대치동 학원가 주변은 한바탕 주차 전쟁을 치릅니다.

학원이 끝나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데리러 온 부모의 차에 하나둘씩 올라탑니다.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쌓여있는 학원 숙제 때문에 집 근처 독서실로 향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학원에서 요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숙제를 해야하기 때문에 쉴 시간이 없습니다.

[최지영/대치동 학부모 : 새벽 1시까지 시켜요. 집에 오면 2시. 씻고 자고 하면 3시예요.]

이처럼 대치동 아이들은 하루종일 많은 수업과 숙제를 소화합니다.

[안상진 부소장/사교육걱정없는세상 : 기계처럼 막 예상문제 수백 문제 풀리면서 그 아이들을 훈련합니다. 성적 나옵니다.]

이런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대치동 속사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대치동에서 스타강사 생활을 오래 한 이범 씨. 이범 씨는 대치동 학원가의 서태지로 불리며 연봉 18억원을 받던 전직 스타 강사입니다.

현재는 교육평론가로 활동 중입니다. 조심스럽게 강사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을 말합니다.

이런 살인적인 학습량과 부모들의 관심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범/교육평론가 : 남이 하라는 대로만 자기 인생을 걸어온 거죠. 그래서 자기결정능력이나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돌파해나가는 힘. 이런 것이 상당히 떨어지는.]

또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고 대치동으로 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합니다.

[이범/교육평론가 : 대치동 외부에서만 바라보면 성공사례만 보입니다. 사실 강남 안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관찰해보면 수없이 많은 실패자가 있거든요.]

결국 살인적인 양의 학습량을 설정해 주입하고 따라오지 못하면 낙오되기 때문에 도리어 공부에 흥미를 잃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김미선/대치동 학부모 : 엄마가 둘이라면 한 아이는 저기서 키우고 싶고 한 아이는 여기서 키우고 싶어요. 재능이 달라요. 사실은.]

[이미애 대표/교육컨설팅업체 : 일단은 그 아이가 여기 와서 2등급 11%, 3등급 23% 안에 들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안 오는 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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