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가치공유' 삭제..더 꼬여가는 한국·일본

도쿄 2015. 3. 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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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 전략적 가치 낮췄나

일본 외무성이 4일 홈페이지에서 '한국과 기본 가치를 공유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문부과학성이 동해가 병기된 모든 부교재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냉각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 대한 실망감·불만 반영

4일 한·일 외교가 안팎에서는 일본의 이 같은 행보가 한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한국 관련 기술 변경에 대해 일본 외무성 측은 "최근 자주 쓰는 표현에 맞췄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식 변화가 배경에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부과학성의 동해 병기 부교재 사용금지 조치도 교육 현장에서 지도 효과가 높은 부교재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토 교육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대한(對韓) 강경조치 배경에는 우선 한·일 정상회담 및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가 계속 미뤄지는 것에 대한 일본 측의 실망감 또는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박근혜정부의 대일 정책이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실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서 양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 개선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이 3일 "박 정권은 경제 및 복지 정책의 불만 등으로 지지율이 30% 전후로 저조해 구심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대일 정책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각에선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문제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한국 사법,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들이 단기적인 정책 변경이 아닌,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보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일본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판단을 바꿨다면 향후 한·일 관계의 패러다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공식 대응 자제하며 우회적 석명 요구

우리 정부는 불쾌해하는 기운이 역력하다.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우회적으로 일본 정부의 석명(釋明)을 요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할 사안으로 설명을 일단 보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우리가 대응할 부분이 있으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추가적인 한·일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양국 관계 전반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다시 문제를 일으키자 대일 불신감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는 했으나 일본을 비난하는 표현은 지난해보다 확 줄었다. 지난해 3월 열린 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 강도 높게 일본을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일어일본학)는"일본 정부가 한·일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은 과거 한국이 독재정권 시절이었을 때는 쓰지 않았다"며 "일본 측은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자주 써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에서는 최근 한·중 연대를 통한 대일 압박이 일상화하고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몰아붙이면서 '과연 한국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역사 수정주의적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며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의 발언과 이번 사태가 일맥상통한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도쿄=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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