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강정호 비디오 본 매커친, '아주 좋은 선수, 도움 될 것'

조회수 2015. 3. 4. 16: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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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 01. 첫 경기에서 솔로포 가동한 강정호, '마인드 컨트롤 성공'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서에 사인한 강정호는 입단식도 마다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실력으로 보여주기 전에 겉치레는 최대한 피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업적인 많은 유혹(컨텐츠, 광고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선수 본인이 거절.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 순간을 즐길 수도 있었겠지만, 주전 경쟁이라는 다음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혹여 축하 분위기로 마음이 들떠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못할까 걱정도 됐다고 말합니다. 오직 메이저리그, 그리고 주전 확보를 위해 스스로 모든 것을 차단한 것입니다.

훈련 내내 강정호가 습관처럼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 기쁨보다는 실력을 입증해 팬들에게 더 큰 기쁨을 드리고 싶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스프링 캠프 시설로 넘어와 팀훈련에 합류한 뒤로 단 하루도 쉬지 못했습니다. "하루 정도는 쉬고 싶어요."라며 엄살을 떨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직접 맞붙는 시범 경기를 그 누구보다 기다렸고, 대비해 왔습니다.

실력 입증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었을 뿐이지만, 출발이 좋아 조급함과 부담감은 덜어내고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꾸준히 하고 있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훈련 도중 터트린 5번의 홈런에 이어 실전에서도 터진 홈런. 이곳 현지에서도 그의 파워와 기술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날 강정호는 홈런뿐만 아니라 수비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고, 공을 골라내는 능력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한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모두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도 첫 경기에서 말이죠.

시범경기 첫 타석에 올라 내야 땅볼을 날린 강정호는 1루로 진루하는 과정에서 '삐끗'하기도 했습니다. 이럴 땐 취재하는 기자들도 긴장됩니다. 혹여나 첫 번째 실수로 다음 타석에서도 긴장하지 않을까 말이죠. 이와 관련해 강정호는 웃음을 보이며, "파울치고 와서 헐떡거리는 바람에 다리가 풀렸었다."고 말합니다.

허들 감독 역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강정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유격수로서 안정적이고, 더블 플레이 같은 훌륭한 장면도 보였다. 빠른 볼을 밀어쳐 홈런으로 연결한 강정호의 파워와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입니다.

실투를 밀어쳐 130m로 날려 버리는 파워.

모든 이의 시선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공에 쏠려 있습니다.

팬들은 기립하여 베이스러닝을 하는 강정호를 축하했습니다. 피츠버그 팬들은 박수를 토론토 팬들은 울상을 지었지만, 양 팀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Kang을 기억하겠다."

베이스러닝 하는 강정호 뒤로 보이는 곳이 사진 기자석인데, 빈틈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찍어 보려 했으나 어깨에 걸리고, 머리에 걸리고.. 결국, 안되겠다 싶어 자리를 옮겼습니다. 홈팀인 블루제이스의 자리로 말이죠. 자리를 옮기자마자 강정호는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대형 아치를 그렸고, 제 주변에선 탄성의 소리(약간의 욕설이 섞인)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제 주변에 있던 몇몇 블루제이스 팬은 "강을 찍으러 온 거냐?"며 "내가 절대 강은 잊지 못할 것이다. 반드시 기억하겠다."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을 시킨 것 같습니다.

홈런을 날리면 세레모니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강정호는 약속대로 '졸탄(zoltan) 세리머니'를 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했습니다. (뒷모습이 찍혔지만, 얼굴 옆으로 손의 모양이 살짝 보입니다)

관중석에 앉은 노란 옷을 입은 여성도 강정호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졸탄 세레모니를 선보입니다. 홈런을 날리거나, 더블 플레이를 성공하면 더그아웃 앞에서 하는 졸탄 세레모니는 피츠버그 선수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시범 경기에서 강정호는 팬들과 언론에 '강한 인상'을 남겼고, 허들 감독은 최소 2주간의 주전을 보장했습니다. 이제부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 02. 매커친, '강정호 비디오 보니, 아주 좋은 선수'

"한국에 제 팬들이 많아요? 저는 한국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은 강정호밖에 없어요. 아! 박찬호 선수도 있네요."

한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한국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해적 선장 매커친의 말입니다. 이 얘기를 들은 취재진은 '아, 우리나라가 이렇게 관심 없을 수도 있구나.'라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커친은 전혀 알지 못했던 한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해적선에 탑승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강정호'라는 선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강정호란 선수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 와서 그의 경기 비디오를 봤습니다. 아주 좋은 선수이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지난 3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매커친은 이같이 대답했습니다(매커친에 대한 이야기와 인터뷰는 추후 자세히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정호가 왔다는 소식에 직접 경기 동영상까지 본 매커친은 강정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사실 첫 대면은 어색했습니다. 공식 소집일보다 일찍 훈련장에 나와 훈련을 하던 두 선수는 어색함 그 자체였죠.

그런데 매커친이 장비를 들고 이동하면서도,

시선이 자꾸 뒤로 쏠립니다.

타격 훈련하는 강정호를 계속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외야 쪽을 걸어가면서도 뒤돌아 강정호를 보고, 그다음에는 카메라를 향해 강한 눈 찡그림을 표현합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습니다.

훈련의 마지막이었던 외야 수비를 끝낸 매커친은,

취재진을 향해 "Kang은 좋은 선수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단순 입서비스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주 후에 만난 매커친은 이미 강정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강정호의 경기 비디오도 봤고, 아주 좋은 선수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칭찬했습니다.

또한 "영어도 빨리 배우고, 재미있어 다른 선수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 잘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피츠버그 선수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성격을 가진 강정호를 좋게 평가했습니다. 타바타는 "아침마다 나한테 Hi라며 인사를 건넨다."며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게릿 콜은 "배팅 연습 중에 홈런을 날린 걸 보고 파워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좋은 선수임을 알렸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과의 어울림, 주전 확보를 위한 노력, 경기에 임하는 자세. 해적 강정호를 더 지켜보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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