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도 불사..이번엔 '의사(醫師)' 명칭 논란

입력 2015. 3. 4. 14:06 수정 2015. 3. 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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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훈기자]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문제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 간의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의사' 명칭을 놓고 양측간 날 선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양 단체간 대립이 날이 갈수록 사안의 본질을 벗어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의 직능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으며 소모성 논쟁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두 단체의 갈등이 직능간 밥그릇 다툼으로 비춰질 소지도 다분한 만큼, 의료계 전체에 대한 여론 악화로 번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0일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매체가 의사나 의료기관을 '양방' 또는 '양의사'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며 "이들 용어는 한의사들이 한방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의사나 의학을 양의사 및 양방의학으로 폄훼하기 위해 만든 용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사-한의사', '의학-한방', '의약-한약'이라는 용어로 바꿔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여전히 일제 민족말살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도 '의사'라는 표현이 양의사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지난달 27일 설명자료를 통해 "'양의사'와 '양의학'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인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양의학을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이식하는 과정에서 국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의사=양의사', '의학=양의학'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라며 "양의사와 양의학이란 용어는 틀린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국어사전에서 '의사'라는 단어는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 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 국가시험에 합격해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사는 양의사만의 고유명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의료인인 한의사와 양의사를 통칭하는 중립적인 단어를 뜻하는 것이라는 게 한의협 측 주장이다.

한의협은 이어 "국어사전에는 '서양의 의술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뜻의 '양의사'라는 단어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오히려 양의사와 양의학만을 '의사'와 '의학'으로 지칭하는 것이 틀린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즉 한의협의 주장은 '의사'라는 명칭은 '한의사'와 '양의사'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중립적인 단어로, '한의사-양의사', '한의학-양의학'이란 표현이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협은 한의협의 주장에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4일 의협 관계자는 "의료법이나 어떤 문서에도 '양의사'라는 말은 없다. 한의협에서 한의사를 대칭해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양의사'라는 표현을 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서양에서 들어온 모든 것에 양자를 붙여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양측의 논쟁이 갈수록 감정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민들은 '의사'의 명칭에 대해 어느 누구도 고민하거나 생각한 적이 없을 것이다"며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협과 한의협이 '의사'의 명칭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형훈 hoon@herald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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