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AIR] 안녕하세요 피츠버그

조회수 2015. 3. 4. 13: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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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서쪽의 브래든턴이라는 곳에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파이리츠 시티'가 있다. 말 그대로 '해적 도시'라는 뜻인데, 강정호 선수 촬영을 위해 우리 제작진이 도착했던 지난주의 날씨 또한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플로리다 하면 뜨거운 햇살과 아름다운 해변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출장기간 동안은 비바람이 오락가락해 본의 아니게(?) 해적 도시 같은 분위기가 아주 잘 연출됐던 것 같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음산한 날씨와 전혀 달랐다. 먼저 모든 직원들이 대단히 협조적이다. 항상 미소 띤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네고, 도움을 요청하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파이리츠 시티의 음산한 모습. 오른쪽 위의 까만 점들이 까마귀다. 진짜 해적이 나올법한 분위기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도미니카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흥겹고 시끄러우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미디어를 응대한다. 그 속에 한국에서 온 강정호가 있었다. 제작진을 발견하자 반갑게 인사하며 누군가를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 그 선수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해맑게 웃는다. 피츠버그의 주전 3루수 이자 지난 시즌 올스타에 선정됐던 조시 해리슨이다.

<'나훈아'씨의 사진을 보고 빵 터진 조시 해리슨. 새로운 국민 브라더 후보자 중 한명이다>

우리 제작진이 도착한 날은 피츠버그 야수가 첫 훈련을 시작한 2월 24일. 상당히 많은 미디어가 이곳을 찾았는데 특히 한국에서 온 미디어가 생각 보다 많아서 다소 놀랐다. 우리를 포함한 방송사 세 곳과 스포츠 매체 네 곳이 파이리츠 시티를 찾았다.

게다가 이튿날은 해적 선장 앤드류 매커친에 관련된 다큐를 찍는다며 미국의 영화 촬영팀까지 등장했다. 수십 명의 영화 스태프들이 훈련장을 오가는 가운데, 심지어 그 매커친이 강정호와 캐치볼까지 했으니 북적거림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활기찼고 직원들은 여전히 친절했다. 오가는 직원들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지나가는 코칭 스태프들도 한국에서 왔냐며 반갑게 맞아준다. 특히 피츠버그의 클린튼 허들 감독은 김병현, 김선우를 지도했던 적이 있는데, 김선우가 이제 해설위원으로 MBC스포츠플러스와 함께 일한다고 하니 아주 지적이고 멋진 친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꼭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정호는 이미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도대체 어떤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서로 웃고 떠들고 이야기를 나눈다. 영어를 쓰는 선수들,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들 가릴 것 없이 그냥 얘기하고 웃는다. 허들 감독과도 무척 친해보였다.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을 정도로 팀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들리는 소문만으로 강정호의 지나친 자신감이 다소 현지에서 반감을 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스프링 캠프 현장에서 직접 느낀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친구, 잘 지내?' 같은 한국말을 써먹는 동료들과 감독 코치 단장 모두 그를 아끼고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강정호 역시 새로운 무대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그 선수의 위상에 따라 구단과 동료들이 그 나라의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고 본다. 류현진의 LA다저스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실력에 물음표가 붙었던 루키 시즌의 경우 호감 보다는 반감이 많았던 현지 분위기가 류현진의 맹활약 후 1년 만에 호의적으로 변했고, 지금은 매우 편안하게 취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강정호의 피츠버그는 첫 시즌부터 구단과 동료 모두 호의적이다. 물론 시즌이 시작되고 강정호의 성적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강정호에 대한 구단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인터뷰 중 갑자기 난입해 셀카를 찍고 가는 외야수 플랑코. 앞서서 선발투수 게릿 콜도 사진을 찍고 갔다>

적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제 실력으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오늘 새벽에 드디어 시범경기가 시작됐고, 강정호의 첫 날 성적은 2타수 1안타 1홈런 1 볼넷이다.

시작이 좋다.

* 동묘앞의 완구거리에서 구매한 해적 모자는 클럽하우스 내에서 상당한 화제였다.강정호 선수에게 선물로 주고 왔는데, 시즌 중에 끝내기를 치고 해적 모자를 쓰고 인터뷰한다면 참 뿌듯하지 싶다.* '나훈아'라는 별명은 조시 해리슨에게만 살짝 알려주었다. 다른 언론에서 알려진 것처럼 클럽하우스를 들썩일 정도는 아니었다. 조시 해리슨 역시 강정호가 싫어하면 이 별명을 부르지 않겠다며 웃었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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