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패소 승무원 "1억 빚 파산, 가정 위해 이혼 고민"

2015. 3. 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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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뉴스쇼]

-패소후 나도 울고, 3살 아이도 울고

-패소비용 1억 못내면 신불자로 전락

-1심 따르겠다던 코레일, 대법까지 상고

-경력단절, 면접에서도 과거경력 운운

-370명이던 동지, 34명으로 줄어 가슴아파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승하 (KTX 승무지부장)

지난달 26일, 7년 동안 이어져왔던 KTX 여승무원들의 복직 싸움이 일단락됐습니다. 대법원은 KTX 여승무원들을 한국철도공사에 소속된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사측인 철도공사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여승무원들이 판결에 상심하고 있을 시간도 잠시, 승무원 각자가 패소에 따른 소송비용으로 약 1억 원을 사측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인 KTX 여승무원들의 심정을 전해 듣겠습니다. 철도노조 소속의 김승하 KTX 승무지부장을 연결해보죠. 승무지부장님, 나와 계시죠?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 김승하>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선 안타까우시겠지만 지난달 26일, 대법원에서 'KTX 여승무원들은 코레일의 노동자가 아니다' 이런 판결을 내렸네요. 많이 상심하셨을 텐데요. 당시 어떤 기분이셨어요?

◆ 김승하> 저희가 오랜 시간 싸워오면서 항상 KTX 승무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1, 2심에서도 저희가 승소해 왔고요.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이렇게까지 뒤집힐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합원들 모두 좌절감이 너무 큰 상태였고요.

저도 너무 어이없고 절망스럽고 하니까 눈물도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옆에 있던 동료가 주저앉아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그때서야 저도 울컥했고요. 또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화도 나고 그랬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사정이 있어서 법원에 오지 못하고 집에서 들은 친구들도 있었는데요. 패소 소식을 전화로 듣다가 그대로 울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옆에 있는 3살짜리 아들은 '엄마, 왜 울어' 그러면서 같이 울고요.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박재홍> 참 10년에 가까운 세월이었습니다. 10년간 투쟁하셨던 것이 10초 만에 대법원의 판결로 끝이 났습니다. 굉장히 허무한 심경을 전해 주셨는데요. 그런데 또 문제가요. 파기환송심에서도 대법원 판결이 유지된다면, 소송에 참여했던 34명의 여승무원들이 각각 1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코레일에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이건 무슨 말인가요?

◆ 김승하> 저희가 총 4년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철도공사에서 생계비 형태로 180만 원씩 지급을 받아왔습니다. 이 금액과 소송비용까지 합해서 한 1억 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경제활동을 전혀 못하셨던 것인데요. 한 분당 1억 원이면 이 액수를 보고도 놀랐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어요?

◆ 김승하> 저희도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굉장히 고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납부를 못하면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1억 원이라는 돈을 반환할 능력이 되는 승무원이 정말 한 명도 없다는 걸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나중에 재산압류도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요. 개인이 갚을 능력이 없으면 이런 것들이 다 가족에게 돌아갈 텐데요. 결혼한 친구들은 '남편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이혼을 해야 하나', '나는 애라도 없지. 쟤는 애가 둘인데 어떻게 하나' 서로 이런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파산 문제 때문에 이혼까지 고려하시는 분도 있으시군요.

◆ 김승하> 네.

◇ 박재홍> 이제 10년 가까이 사측과 싸운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노동자들을 처벌하는 판결은 굉장히 빠르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존하는 판결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측이나 대법원 측에서 소송을 장기화했다, 이런 지적도 있는데요. 그런 불만도 있으실 것 같아요.

◆ 김승하> 사실 저희가 지금까지 10년을 싸웠지만, 그중에 굉장히 힘차게 투쟁했던 시간은 3년이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법적으로 가지 않고 투쟁을 계속해왔던 게 바로 이런 장기적인 체력전을 피하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렇게 너무 지쳐가니까 싸우다, 싸우다가 2008년 마지막 교섭 때 철도공사가 '그럼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자. 1심 판결 결과를 따를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그걸 믿고 소송에 들어갔었고요. 1심 판결에서 승소해서 바로 철도공사에 받아들이라고 얘기했지만 계속 상고를 거듭해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끌게 된 것입니다.

◇ 박재홍> 그러면 1심 판결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도 저버린 거네요.

◆ 김승하> 네.

◇ 박재홍> 10년 동안 잃은 것도 많으실 테고요.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 됐습니다.

◆ 김승하> 저희가 파업을 시작했을 때가 26살, 28살이었습니다. 사회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커리어를 쌓아갈 때 저희는 파업을 시작했는데요. 이런 법적 소송으로 들어가면서 각자 생계 유지를 위해서 다른 일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3년이라는 긴 투쟁기간 때문에 경력단절이라는 게 생깁니다. 그래서 재취업이 굉장히 어려웠었고, KTX 승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들이 많았었는데요.

◇ 박재홍> 예.

◆ 김승하> 서류에 합격해서 면접을 볼 때도 '너 이 회사에 들어와서도 단체행동에 앞장서는 거 아니냐, 여기에 와서 파업을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질문을 꼭 받았고요. 그래서 이력서에 KTX 승무원이라는 경력을 적지 않은 친구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3년이라는 기간이 굉장히 길잖아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고민했더니 제 친구가 이렇게 조언을 하더라고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하라고요.

◇ 박재홍> 차라리 KTX 승무원 경력을 없애고 시험 준비했다고 해라.

◆ 김승하> 네.

◇ 박재홍> 그렇군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수백 명의 승무원들이었는데요. 지금은 34명의 여승무원들이 소송에 남아계신 거잖아요.

◆ 김승하> 처음 시작할 당시가 370명이 같이 시작한 싸움이었습니다. 1년 안에 90명으로 줄고요. 3년 지나서 소송할 때 34명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혼자 싸우려고 했으면 절대 못 했을 일인데요. 같이 힘을 북돋아주는 친구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 명, 한 명이 희망을 잃고 떠나갈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사측의 회유와 협박이 많았어요. 사측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복귀하는 순서대로 선착순으로 간부로 승진시켜주겠다고요.

◇ 박재홍> 그런 문자까지요?

◆ 김승하> 실제로 한 5명 정도는 승진했다고 들었어요.

◇ 박재홍> 선착순 5명에 들었던 분들이요.

◆ 김승하> 네. 그렇지만 오래 지나면서 떠나는 친구들은 당장 생계 유지, 또 투쟁의 끝이 안 보인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떠난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요. 그때마다 참 충격이 크게 다가왔었습니다.

◇ 박재홍> 10년 동안 희망을 잃은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갈 때 가장 힘들었다는 말씀이세요.

◆ 김승하> 네.

◇ 박재홍> 그래요. 무엇보다 재판을 계속 1심, 2심 끌고 가고, 대법 판결까지 끌고 가면서 약자들은 결국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기 때문에요. 이러한 소송의 긴 과정 때문에 오히려 더 포기하게 되고, 희망을 더 잃게 되는 그러한 과정이 아니었을까요.

◆ 김승하> 네. 그렇죠.

◇ 박재홍> 앞으로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습니다. 어떻게 싸워가실 계획이신가요?

◆ 김승하> 앞으로는 최선을 다해서 결과를 뒤집을만한 증거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요. 또 현재 저희 KTX 승무원들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우선 공사와의 교섭을 요구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마지막 교섭에서 얘기했던 1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약속도 상기를 시키고요. 또 투쟁으로써 해고된 철도노조원들을 가운데 복직한 경우도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그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서 KTX 승무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박재홍> 네. 제가 오늘 출근할 때 보니까 날씨가 매우 춥더군요. 아무쪼록 힘내시고 남은 싸움 잘 이겨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승하> 감사합니다.

◇ 박재홍> 김승하 KTX 승무지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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