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천연 오일'이면 다 좋다?..오일풀링의 함정

홍순준 기자 2015. 3. 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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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미검증 의학정보..건강 적신호 ①

강원도 춘천에 사는 40살 주부 최중선씨는 심한 치주염을 앓고 있습니다. 진통제와 소염제를 달고 살던 최씨는 2년전 우연히 '오일풀링'이란 요법을 알게 됐습니다.

오일풀링은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틱낫한 스님이 '치유의 수행' 가운데 한가지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기원전 3백년 전 고대 인도의 한 종교 경전에 나와 있는 자연 치유법이라고도 하는데요.

입에 오일을 15분 이상 머금고 있으면 입속 세균은 물론이고 몸 안의 독소까지 모두 끌어내면서 갖가지 병이 치유될 수 있다고, 틱낫한 스님은 자신의 수행법에 대한 설교를 통해 전파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인 이효리씨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코코넛 오일 한스푼을 입에 물고 있으면 진통제보다 진통효과가 훨씬 더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코코넛 오일과 베이킹소다를 섞은 오일치약도 직접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이런 최씨의 마음 속엔 '천연제품'에 대한 믿음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화학제품의 부작용은 없을 거란 생각도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최씨를 서울의 한 대형 치과로 데려와 진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최씨의 이를 관찰한 치과전문의 변욱 박사의 첫마디는 이랬습니다.

"전반적으로 풍치가 심해서 쓸만한 치아가 하나도 없습니다. 임플란트도 안되겠는데요. 틀니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렇게까지 증상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진통효과를 느낀다는 최씨의 말에 대해 변 박사는 오일 뿐 아니라 물이나 시중 제품 등 액체로 가글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잇몸이 붓는게 가라앉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딱히 그 느낌이 '오일풀링'의 효과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입안 세균 검사도 실시해 봤는데요. 오일풀링을 하기 전과 후의 입안 세균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중에 파는 치약으로 칫솔질을 하게 하고 다시 검사해보니 세균이 거의 없어진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변 박사의 말입니다.

"오일풀링이나 오일로 만든 치약에는 치태를 제거할 수 있는 계면활성제나 치아를 보호하는 불소 같은게 없습니다. 치태가 남아있게 되면 충치나 치주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오일풀링 하는 시간에 치약으로 칫솔질을 꼼꼼히 하는 게 이 건강에 훨씬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최씨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천연 치료법을 맹신하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된 겁니다.

오일풀링의 또 다른 피해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11년 말 중앙대병원 내과에 50대 여성 폐렴환자가 찾아왔습니다. 기관지 내시경 검사와 면역검사를 했지만 이상 소견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단지 폐렴증세만 있었습니다. 그 환자는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회복해 퇴원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6개월동안 3번을 똑같은 증세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반년 동안 폐렴으로 모두 4번을 입원한 겁니다. 그 때마다 폐렴 증세가 더 심해지는 증세 외에 특별한 소견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입원하면 바로 회복해 퇴원하는 게 반복됐습니다.

중앙대병원 김재열 교수가 4번째 입원한 이 환자에게 '분명히 뭘 하고 계신 것 같은데, 뭐든 좋으니까 이야기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제서야 이 환자는 오일풀링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입원 기간엔 못하고, 퇴원하면 바로 병원 세균을 몰아내기 위해 오일풀링을 하고 그 뒤에 또 폐렴에 걸리고, 입원하면 오일풀링을 안하게 되고, 회복한 뒤 퇴원하면 또 오일풀링을 하고...

이 환자의 경우엔, 오일풀링을 할 때 물고 있던 오일이 기도로 넘어가면서 바로 폐로 들어갔던 겁니다. 오일에 섞여있던 세균들에겐 폐가 번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돼 버렸던 거죠. 폐는 혈관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번식된 세균들이 혈액을 따라 온 몸을 돌게 됩니다. 세균이 혈액을 뚫고 들어가면 패혈증이 생기는데, 패혈증은 치사율이 20%에서 50%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입니다.

오일풀링 신뢰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오일풀링이 폐렴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에 꼭 물고 있다가 뱉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이런 믿음을 그대로 믿어주지 않습니다. 음식을 먹게 되면 목 뒤에서 폐로 연결되는 기도와 위로 연결되는 식도 이음새로 지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음식물이 폐로 연결되는 기도로 넘어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재채기 등을 통해 다시 몸 밖으로 빠지게 됩니다. 나이 먹으면 이런 반응이 둔감해지게 되고, 그래서 사래도 많이 걸리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오일, 즉 기름은 무자극성입니다. 즉, 기침이나 재채기를 유발하지 않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기도로 넘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입에 오래 물고 있으면 아무리 조심하고 목 뒤로 넘기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기도로 넘어가 폐로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폐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반년동안 4번을 폐렴으로 입원했던 이 여성은 이런 설명을 듣고 오일풀링을 중단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 병원을 다시 찾는 일도 없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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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준 기자 kohs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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