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권 월세 최고 2억5000만원, 도대체 얼마나 벌기에..

강아름 입력 2015. 3. 4. 04:48 수정 2015. 3. 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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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에 전국 비싼 땅 톱10 몰려, 12년째 1위 네이처리버블릭

월세의 5배는 벌어야 살아남아, 외국인 관광객 입맛 따라 상권 재편

평일인 2일 오전 9시께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명동예술극장으로 이어지는 중앙로(명동8길)엔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이 주변에 들어선 20여개 화장품 매장들도 한국 가요를 쩌렁쩌렁하게 틀고 손님 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황모씨는 "아침 일찍부터 쇼핑을 시작하는 관광객의 특성에 맞춰 출근이 빠르다"며 "임대료가 비싼 만큼 최대한 매출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근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 300m에 이르는 이 중앙로는 금싸라기 땅이라는 명동에서도 명당 중에 명당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 1위부터 10위까지가 이 양 갈래 길 주변에 오밀조밀 몰려 있을 정도다. 이들 명동 지역의 3.3㎡당 공시시가는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렇게 비싼 땅에 입주한 매장들은 임대료를 얼마나 내고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려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걸까.

집 한 채 값을 월세로 내는 비결

3일 국토부에 따르면 명동 중앙로 초입에 있는 화장품 매장 '네이처리퍼블릭'의 부지는 3.3㎡ 당 2억6,631만원으로, 2004년 이후 12년째 전국 공시지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땅값이 비싼 만큼 임대료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한 층당 전용면적이 165㎡로 5층 규모인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은 2009년 입점했는데 2012년 재계약 당시 보증금 50억원에 매달 2억5,000만원을 임대료로 내기로 했다. 아파트 한 채 값을 매달 임대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이전 세입자인 스타벅스(2000~2005년), 파스쿠치(2005~2009년)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는 모두 두 손을 들고 자리를 떴다.

그렇다면 이 화장품 매장의 매출은 얼마나 될까. 서진경 네이처리퍼블릭 팀장은 "구체적으로 매출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점포 여러 개의 매출을 합친 규모"라며 "1, 2층은 화장품 판매, 3층은 뮤직코리아에 재임대를 줘 케이팝(한국가요) 음반을 팔기 때문에 매출의 시너지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공식적으로 이 매장의 수익을 밝혔던 2010년 하반기만 보더라도 월 평균 매출이 12억~15억원, 순익이 6억~7억원에 달했다. 그때보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크게 늘었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점 등을 감안하면 현재는 월 평균 매출이 25억~30억 원은 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 및 화장품 업계의 분석이다.

연속 공시지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건물.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명동서 살아남으려면

최고 명당 자리의 월세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명동은 골목마다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료가 엄청나게 비싸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공개한 '2014세계의 주요 번화가' 보고서에 따르면 명동의 평균 임대료는 3.3㎡당 연평균 2만6,208유로(약3,200만원)로 세계 8위 수준. 월세로 계산하면 일반 규모(33㎡)일 경우 평균 2,700만원은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또한 명동 구석 상권까지 포함한 것으로 실제 주요 상권의 월 임대료는 7,000만원 남짓, 많게는 2억원이 넘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자리가 좋은 명동 상가의 월 평균 임대료는 33㎡ (10평) 기준으로 7,000만~8,000만원 선"이라며 "이렇게 비싼 임대료에 많게는 수십 명인 직원들의 인건비, 매장 관리비 등을 빼고도 수익을 남기려면 한달 매출이 월세의 5배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료에 따라 월 매출이 최소한 3억5,000만~10억원에 달해야 한다는 얘기다. 탄탄한 매출구조를 갖추지 않은 매장들은 버터내기 힘든 구조다. 특히 명동의 주 소비층이 내국인에서 외국인 관광객으로 바뀌면서 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상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48년간 명동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던 에스콰이어(2009년), 패스트푸드 전문점 버거킹(2014년), 명동 내 유일 대형서점 영풍문고(2014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명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은 주로 화장품 매장이다. 커피숍이나 식당처럼 고객들이 자리를 점유할 필요가 없어 회전율이 높은데다,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1인당 소비금액도 무한정이기 때문이다.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의 입맛에 맞춰 빠르게 '화장품 거리'로 재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명동의 화장품 매장 수는 2008년 21개에서 2012년 80개, 2014년 말에는 127개로 늘었다. 특히 '동일 상권 다점포' 전략에 따라 같은 브랜드의 매장들이 줄줄이 들어서는 추세다. 명동 지역에서 이니스프리는 8곳, 더페이스샵은 6곳,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은 5곳을 운영 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명동 관광객 대다수가 중국인이고 이들의 소비액도 늘어나는 추세라 명동 상권은 당분간 투입 대비 수익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정새미 인턴기자(이화여대 기독교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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