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자로서 뽀뽀한 것"..성추행 교수의 음성파일

이희정 2015. 3. 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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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교에서의 성추행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닙니다만 지난해 잇따라 문제가 불거지면서 심각성이 알려졌지요. 얼마 전에는 덕성여대 총장이 같은 대학 현직 교수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총장까지 나서 교수를 직접 고발한 사건인데 담당 교수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저희 JTBC는 이번 사건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저희들이 추가 제보를 받고 이 문제를 취재한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갑과 을일 수밖에 없는 대학교수와 제자의 관계, 또 일단은 쉬쉬하는 학교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앞으로도 만연할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즉,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입니다.먼저 이희정 기자의 단독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말, 덕성여대 학생 상담센터에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예술대학 소속 A교수가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생과 술을 마신 뒤 강제로 입맞춤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 학생 지인 : 그 학생이 울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들어보니까 9개월 전 일인데 혼자서 가슴 속에 묻고 있다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학교 상담센터 관계자 : 피해자가 성희롱, 성추행에 해당하는 일들을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신고가 되자마자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조사와 상담이 동시에 이뤄졌고요.]

지난해 2월, A교수는 제자 B양을 경기도에 있는 자신의 개인 작업실로 불렀습니다.

[B양/피해 학생 (음성대역) : "뭐 하고 있느냐. 저녁이나 같이 하자. 그럼 작업실로 와" 라는 전화에 응답해 교수의 작업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을 믿었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B양은 A교수와 식사를 하며 함께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수가 B양에게 입을 맞추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B양/피해 학생 (음성대역) : 엄마가 기다리신다고 하니 걱정 말라고 조금 더 있다가 가라며 제 손을 잡고 의자를 끌어당겨 제게 입을 맞췄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하고 무서워서.]

A교수의 입맞춤 시도는 이후 또 한 차례 이어졌습니다.

[B양/피해 학생 (음성대역) : 차에서 내리려는데 또 손을 잡아 이끌며 차에서 한 번 더 입을 맞췄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하며 (차에서) 내린 후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가 바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차 안에서 또 한 번 교수가 B양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겁니다.

[피해 학생 지인 : 처음에 뽀뽀를 당하고 힘들게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차로 교통수단이 있는 곳까지 바래다줬다고 해요. "더 있다 가도 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는 과정에서 차 안에서 또 한번 2차 키스를 (하고) 강제로 손을 잡고.]

다음 날, A교수는 B양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술이 취해 마음을 드러냈다. 미안하다. 다시는 널 실망시키는 일 없을 것"이라며 실수를 용서해달라고 한 겁니다.

그러나 이후 A교수는 돌연 입장을 바꿨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성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의혹을 부인한 겁니다.

[경찰 : (성추행에 대한 혐의는) 계속 부인하고 있어요. 같이 술을 마신 적은 있는데 추행은 없었다고. 추가 피해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A교수에게 수차례 연락해 해명을 요청했습니다.

한동안 취재진의 전화조차 받지 않던 A교수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자신은 B양을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겁니다.

[A교수 :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사실대로 밝혀질 것입니다. 경찰서에서 조사 중이어서 제가 이야기를 할 수 없고,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A교수가 자신의 성추행을 시인하는 음성이 담긴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교수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는 말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지난해 12월, 교수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B양에게 성추행 사실을 언급하며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A교수: 선생님이 마음을 고백하는 거야. 남자로서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 이제, 좋아한 거지. 우리가 뽀뽀했던 장면 있잖아?]

부끄럽고 미안하다고도 털어놓습니다.

[A교수: 근데 어쨌든 선생님이 널 강제한 건 없었을 거라고. 순간적으로 어떤 표현을 하고 싶었던 거지. 그런 짓을 너한테 하고 나니까 너한테 부끄럽고 미안하고.]

그러면서 성추행이 아니라 제자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생각해달라고 회유하기도 합니다.

[A교수: 실제로 선생님이 여자 이전에 제자로서도 좋아하고, 표현을 좀 격하게 했다고. 한 번에 이렇게 생각하면 네 마음 이겨내기가 쉽다는 거지. ]

알고 보니 공식적으로 부인하던 A교수 측은 B양의 집으로 수차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학생 지인 : 학교에서도 (학생에게) 가지 말라고 경고를 여러 번 보냈거든요. 그걸 무시하고 간 거죠. 이번만 용서을 해주면 앞으로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

덕성여대는 B양으로부터 이 같은 녹음 파일과 영상,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증거로 확보했습니다.

교수가 B양에게 학교 상담센터 신고를 취하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학교 측은 피해 신고 내용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진상 조사에 들어갔고, 급기야 대학 총장이 교수를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이른 겁니다.

학교 측은 A교수를 직위해제 조치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는 현재 위원회 출석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미경 소장/한국성폭력상담소 : 피해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2차 피해를 접하게 됩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피해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피해자는 오늘도 불안에 떨며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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