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100층에 올라보니.."석촌호수에 비가 올 때 여기는 눈 온다"

안호기 선임기자 2015. 3. 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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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하늘이 잔뜩 찌푸린 3일 오후에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신축 현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용 리프트를 타고 78층까지 올라간 뒤 거기서부터 96층까지는 내부 리프트로 올라가야 한다. 그 이상은 아직 리프트를 설치하지 않아 70도 경사 가까운 가파른 임시 철제계단을 올라야 100층에 닿을 수 있었다.

공사용 리프트의 보호철망 사이로 보이는 석촌호수와 롯데월드

내년 말 완공할 롯데월드타워 건설 공사는 이날 현재 건물의 뼈대인 코어월은 100층, 외장 철골은 86층, 외장 커튼월은 72층까지 진행됐다. 123층인 타워의 8부 능선까지 오른 셈이다. 높이로만 따지면 555m 중 406m에 이르렀다.

100층 높이에서 바라보면 맑은 날에는 멀리 송도신도시까지 보인다지만, 이날은 흐려서 관악산과 북한산 줄기들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고개를 숙여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롯데월드 놀이공원 모습이 마치 소인국 장난감을 모아놓은 듯하다. 한강과 다리는 작은 개천에 놓인 징검다리처럼 보인다.

3일 오후 롯데월드타워 100층에서 바라본 한강

롯데월드타워 100층은 땅 위와는 다른 세상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석촌호수에 비가 올 때 여기는 눈이 온다"고 전했다. 평균 기온도 4도가량 낮다. 완공 뒤 100층 이상에서는 헬기는 물론이고 저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최근 공사 속도를 보면 5~6일 만에 한 개 층을 뚝딱 쌓아올리고 있다. 빠른 공사진척의 비결은 타워크레인에 있다. 롯데월드타워 현장의 홍성호 부장은 "초고층 건물 건축기술 발전에는 타워크레인 기술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타워크레인을 생산하는 회사가 있지만 초대형 크레인은 외국 것을 쓴다. 롯데월드타워 현장 꼭대기에서는 프랑스 POTAIN과 호주 FAVCO 등 2종류의 타워크레인 4대가 460m 아래에 있는 각종 자재를 끌어올린다. H빔의 무게는 최대 25t에 이르고,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게 하는 권상기(모터)도 20t 안팎이다. FAVCO의 임대료는 월 7200만원, POTAIN은 3200만원이다.

롯데월드타워 크레인

FAVCO가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는 64t, POTAIN은 32t인데, 안전을 위해 와이어를 한 줄(fall)만 설치해 최대 무게의 절반가량만 들어올린다. 와이어를 두 줄로 하면 더 많은 중량을 들 수 있지만, 바람이 불어 와이어가 꼬이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속 12m 이상의 바람이 불면 아예 크레인 작업을 중단한다. 460m 높이까지 20t이 넘는 자재를 끌어올리려면 20분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롯데월드타워의 타워크레인은 저층부 공사를 할 때부터 쓰였는데, 100층 높이까지 건물이 올라가도 항상 최상부 골조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사를 하는 걸까.

롯데월드타워의 타워크레인은 높이 60m, 무게 200t인 크레인 몸체를 유압을 이용해 수직으로 밀어올리는 '클라이밍(climbing)' 방식이다. 마치 주사기의 피스톤을 밀어 주사액을 내보내는 것처럼, 크레인 몸체 주변에 설치된 유압실린더(주사기)가 크레인을 밀면 크레인이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후 벽체에 설치한 걸림장치를 통해 크레인 몸체를 지지한다.

밀어올린 뒤 크레인 몸체의 하단은 일반 바닥면처럼 슬라브 공사를 한다. 다시 최상부 골조가 크레인의 턱 밑 높이까지 올라오면 유압으로 크레인 몸체를 4~5층 높이가량 상승시킨 뒤 슬라브 공사를 반복한다.

보통 30층 이하 건물에는 '텔레스코픽(telescopic)' 크레인이 쓰이는데, 역시 유압으로 몸체 상단을 밀어올리고, 그 아래 빈 공간을 만들어 몸체 일부(마스트)를 끼워넣어 크레인 높이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마스트를 끼워넣을 때 쓰이는 볼트나 핀 두께는 어른 종아리보다 더 굵다. 클라이밍 크레인은 몸체의 길이가 변하지 않는 반면, 텔레스코픽 크레인은 공사가 진행될수록 몸체가 늘어난다.

타워크레인은 해체작업도 만만치 않다. 지상 550m 높이의 공중에서 마스트를 연결하는 볼트와 핀을 사람이 일일이 풀어내야 하는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FAVCO 타워크레인을 해체하려면 해체용 크레인을 설치해야 하고, 해체용 크레인을 해체하는 '데릭(derrick)'이라는 크레인을 또 설치해야 한다. 롯데건설 측은 해체에 드는 비용만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안호기 선임기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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