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은퇴, 박수 쳐 줄 수 없는 설기현의 선택

김정희 2015. 3. 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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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정희의 축구 마주 보기

2015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두고 팬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는 3일 오후,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이자 한국 축구 레전드 중 하나인 설기현이 현역 생활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설기현은 곧바로 성균관대 감독 대행으로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설기현의 은퇴 결심 이유는 고질적 허리 부상과 지도자 생활에 대한 도전 의식인 걸로 알려졌다. 설기현은 2014년 초 인천과 2년 재계약을 체결했으나 허리 부상으로 지난 시즌 단 7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은퇴를 고민하던 설기현에게 평소 꿈꿔 왔던 지도자 제의가 왔고, 설기현은 장고 끝에 제의를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의 퇴장이다. 2002 FIFA(국제축구연맹)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서 설기현이 기록한 극적 동점골은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더해 박지성과 이영표에 이어 3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서 남긴 족적도 대단히 크다. 박수 받아 마땅할 커리어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은 그다지 좋지 못하게 기억될 듯싶다. 이번 은퇴 선언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이기적이었다. 시점과 방식 모두 적절치 못했다.

먼저 시점을 짚겠다. 리그 개막을 나흘 앞둔 상황이다. K리그 클래식 전 구단의 시선이 개막전에 쏠려 있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경기를 준비한다. 첫 경기가 시즌 초반 분위기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 내 최고 고참이 급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다는 점은 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을 넘어 깨트리는 수준의 충격을 줄 수 있다.

인천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다. 인천은 지난해 말 김봉길 감독 경질과 후임 이임생 감독의 고사로 한 차례 폭풍이 휘몰아쳤다. 게다가 재정 부족으로 주축 선수 대부분이 이적했다. 간신히 김도훈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해 겨울 전지훈련을 치르고 희망차게 시즌을 맞이하려 했는데, 갑작스럽게 '지뢰'가 터진 셈이다. 차라리 은퇴 선언을 일찍 했더라면, 인천은 설기현의 연봉을 보전해 새로운 자원을 영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방식도 이해하기 힘들다. 너무도 급작스럽게 이뤄진 은퇴 선언이다. 인천 구단은 이날(3일)에야 설기현의 은퇴 소식을 알았다고 한다. 설기현은 김 감독과 인천에 양해를 구했다지만, 이는 사실상 통보에 가까웠다.

인천은 갑작스런 설기현의 은퇴 소식에 대단히 당황한 모습이다. 인천 관계자는 3일 오후 <베스트 일레븐>과 한 전화 통화에서 "우리도 오늘에야 소식을 들었다. 어제(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선수 등록을 마쳤고, 오는 7일 열리는 광주 FC와 홈 개막전을 앞두고 배포한 여러 전단지에도 설기현의 사진이 들어갔다. 심지어 사진이 들어간 대형 현수막은 아직 개시하지도 못했다. 갑작스럽다"라며 황당해 했다. 홈 개막전을 준비 중인 인천과 프론트진 모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설기현은 4일 기자 회견을 가지고 은퇴 선언에 대한 소감과 새 도전에 대한 각오를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확실한 경위와 인천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걸어온 커리어에 걸맞은 박수를 받기는 힘들 듯싶다.

글=김정희 기자(kimjh0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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