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지옥의 51일' 무엇을 변화 시켰나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입력 2015. 3. 3. 06:03 수정 2015. 3.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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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고치'에서는 펑'고치'고,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는 의식까지 '고친다'.

억지로 짜맞춰본 표현이지만 실제 김성근 감독의 스프링캠프 훈련 방향은 장소명에 가장 잘 묻어나 있었다.

지난 1월15일 한화 선수단 앞에 지옥문이 열렸다. 비훈련 기간 마지막 날 오랜 기다림을 끝내는 기지개를 활짝 켜고 일본 고치로 떠난 김성근 감독은 도착 직후 출국 차림 그대로 훈련장을 찾아 즉각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고치에서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1, 2차 캠프를 진두지휘한 김 감독은 당초 3월3일까지로 예정돼있던 일정을 다소 변경, 일부 선수단과 함께 시범경기가 열리기 전날인 6일까지 일본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총 51일 간의 스프링캠프 일정도 이제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연 2015시즌이 종료된 시점에서 한화 선수단이 경험한 지옥의 순간들은 마법의 시간들로 추억될 수 있을까.

한화의 1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고치에서 '공포의 펑고'에 나서고 있는 김성근 감독.

1차 고치 캠프 당시 한화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훈련은 바로 디펜스데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펑고였다. 특히 김태균과 김회성은 김 감독의 집중 관리 속에 하루에도 수백 개씩의 타구를 3루에서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렇다고 '숙련된 조교'로 통하는 정근우를 비롯해 다른 내야수, 심지어 외야수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한화 선수들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작품명 '산란기' 사진 속 주인공이 됐다. 산란기는 '수많은 공을 주변에 두고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알을 낳고 있는 물고기를 연상 시킨다'는 의미에서 팬들이 붙인 일종의 재치 있는 표현. 단순히 유쾌한 웃음만을 안긴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에 대한 뿌듯함, 변화에 대한 기대치가 함께 반영돼 당시부터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1차 스프링캠프에서도 한화의 고질적 약점이던 수비 개선을 위한 펑고 연습은 계속됐고, 마무리캠프에 이은 소위 '2차 산란기'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유니폼이 검은 흙과 뒤섞여 본래의 색상을 알아보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고, 몰라보게 홀쭉해진 얼굴도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은 독기를 품은 채 '악' 소리를 내며 온몸을 수없이 내던졌다.

지난달 15일부터 진행된 한화의 2차 스프링캠프부터는 펑고 훈련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김성근 감독이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직접 방망이를 잡은 것은 2차 캠프가 시작된 지 약 보름이 지난 뒤였다. 대신 출국 직전 김 감독이 밝힌 것처럼 팀 배팅 및 기동력 향상에 중점을 뒀고, 또 다른 목표였던 투수들의 잠재된 기량을 끌어내기 위해서 일정을 늘이는 선택까지 내렸다.

김성근 감독은 2차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를 통해 선수 간의 파이팅을 강조하는 한편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이뤄내는 역전승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선수들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느낀 듯 서로에 대한 격려와 믿음을 아끼지 않으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나갔다.

또한 2차 캠프부터 한국 및 일본 프로야구 구단과의 맞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김 감독은 일반적으로 승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연습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패배 의식을 벗어던질 수 있도록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일정 초반까지 비주전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점에 대해 김 감독은 숨은 진주를 찾으려는 의도보다는 "(핵심) 선수들이 나갈 몸상태가 아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상황이 허락됐다면 가급적 베스트 위주의 전력을 앞세워 손발을 최대한 맞추게 함과 동시에 승리의 맛까지 자주 느껴볼 수 있도록 하려는 희망사항이 있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러나 핵심 선수들이 합류한 직후에도 그는 "올라올 선수가 올라오니 형태가 갖춰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작년에도 봤던 모습이 아닌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바꿔 가느냐의 문제다"며 선수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를 당부했고, "승부는 끝날 때까지 해야 한다. 경기를 뒤집으면 분위기가 살아나는데 이러한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역전승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밖에 김성근 감독은 본인과 고양 원더스가 함께 걸어온 발자취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파울볼'을 단체로 관람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간절함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힘을 한화 선수들에게도 인식시켰다. 결과적으로 출국 직전 선수들의 의식 변화에 대한 중요성을 수차례나 외쳤던 모습이 2차 스프링캠프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됐다.

김성근 감독의 의중이나 그가 설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해석할 수는 없지만 한화 선수단은 주로 1차 캠프를 통해 육체적인 변화, 2차 캠프를 거쳐 정신력인 강화를 이뤄낼 수 있는 수행을 쌓아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부상자들의 발생 등 모든 것이 뜻대로만 흘러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힘든 시간 속에서 선수들은 모자에 '뭉치'를 새기고 서로에게 따뜻한 격려와 힘을 불어넣으며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지금껏 저마다의 가슴에 품어왔다.

이제는 팬들 앞에서 보여 줄 일만 남았다. 그동안 수없이 펑고친 감독, 의식을 뜯어고친 선수가 순위 싸움에서마저 사고를 친다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이 더욱 궁금해 하는 점은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통해 진정 무엇을 느끼고, 어떤 점을 고쳐서 돌아왔느냐에 맞춰져 있다. 51일 동안 흘린 땀의 농도가 얼마나 진했는지 이번에는 그 땀을 스프링캠프지가 아닌 경기장 위에서 반 년 이상 다시 한 번 쏟아낼 필요가 있는 한화 선수단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yuksamo@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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