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양이 '결혼 빙자 사기'
건당 15만원 피해 잇따라.. 배우자 종 속이는 경우도
경기 용인시에 사는 ㄱ씨는 지난 1월 기르던 암컷 고양이가 발정이 나자 인터넷 반려동물카페에 '가정교배를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고양이 주인들은 번식이나 발정 진정을 위해 유료 교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 ㄱ씨도 '귀여운 새끼들을 얻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ㄱ씨는 글을 올린 다음날 50대 부부로부터 "저렴하게 교배를 시켜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교배 비용은 20만~30만원이지만 이들은 15만~17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이들은 ㄱ씨의 집을 방문해 17만원을 받고 고양이를 데려갔다. 고양이들은 교미 시 장소 변화에 민감하다. 대개는 암고양이가 수고양이 집으로 '시집'을 간다. 부부는 "교배 증거로 '첫날밤 사진'도 보내준다"고 말했다.
교배 증거로 제시된 '첫날밤 합성 사진'. |
ㄱ씨의 고양이는 닷새 뒤인 1월7일 '친정'으로 돌아왔다. 50대 부부는 문자메시지로 '첫날밤 사진'을 보여준 뒤 고양이를 돌려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는 심각하게 말라있었고 악취가 진동했다. 수상하게 여긴 ㄱ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합성사진으로 교배 사기를 치는 업자를 조심하라'는 글을 발견했다. 한 피해자가 올린 '첫날밤' 사진은 ㄱ씨가 받은 사진과 동일했다. 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부부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부는 그 뒤에도 여전히 반려동물카페에 고양이 사진을 올린 뒤 '신부를 기다린다'는 글로 누리꾼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ㄱ씨는 피해자 10여명을 모아 이번주 중 경찰에 정식으로 이들 부부를 고소키로 했다. ㄱ씨는 "피해액이 소액이라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피해자가 계속 생기면 안될 것 같아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반려동물의 교배·분양 거래가 증가하면서 '사기 결혼'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일부 업자들은 허위 사진으로 반려동물의 종(種)을 속여 교배하거나, 그런 사실이 들통날까봐 새끼가 나오면 화학약품으로 피부색을 바꿔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동물이 죽기도 한다.
혈통 등을 내세워 교배 목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이 없을 뿐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동물을 교배시키다보니 '원치 않은 신랑'과 짝짓기가 이뤄지는 사례도 많다.
'동물사랑실천연대' 박소연 대표는 2일 "직접 실물을 보지 않고 교배하거나 분양하는 것은 동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반려동물 판매나 번식에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반려동물의 교배·분양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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