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當2落(3억 쓰면 당선되고 2억 쓰면 떨어진다)·불륜 협박.. 조합장 선거는 '막장 드라마'

수원/권상은 기자 2015. 3.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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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순 전남 광양시 한 모텔 앞. 인근에서 1시간가량 '잠복'하던 SUV 차량이 기다렸다는 듯 모텔에서 빠져나오는 다른 승용차를 향해 돌진해 충돌 사고를 냈다. 피해 차량에는 광양 한 농협조합장 출마 예정자와 한 여성이, 가해 차량에는 경쟁 후보 측 사촌동생 등이 탑승하고 있었다. 경찰은 가해 차량이 장시간 미행 끝에 출마 예정자의 사생활 약점을 잡으려고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경찰은 "결국 피해자는 출마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농협·수협·산림조합)가 임박하면서 선거운동도 점점 과열되고 있다. 상대방을 낙마케 하는 기발한 수법이 등장하는가 하면,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금품과 향응 제공, 상대 후보 비방 및 허위사실 공표 등 다양한 불법 선거운동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조합장 선거가 지역 단위로 서로 다른 날에 진행됐지만, 올해부터는 공명선거 수립 차원에서 선관위가 한 날짜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월 말까지 불법 선거운동으로 397건이 적발돼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2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472명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형별로 금품·향응을 제공한 사람은 297명, 사전 선거운동을 한 사람은 126명, 경쟁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사람은 63명, 조합원이나 임직원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한 사람은 11명으로 집계됐다.

◇후보 매수와 금품 제공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2일 달성축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A씨를 구속기소하고 50만원을 받은 조합원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A씨는 달성축협 조합원 6명에게 모두 75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을 받은 6명 중 4명은 금품수수 사실을 자수하고 받은 금품을 자진 반납해 불기소처분됐다.

전북 부안에서는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모 조합 현직 조합장이 구속됐다. 조합장 B씨가 상대 후보로 유력한 조합원 C씨에게 불출마 대가로 2700만원을 제공한 것. B씨는 C씨가 불출마하면 1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선거는 3당2락(3억원을 쓰면 당선하고 2억원을 쓰면 떨어진다)'이라는 세간의 말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 노성농협조합장 선거에서는 한 마을 70여명의 조합원이 출마 예정자 D씨로부터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가량의 돈 봉투를 받아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논산시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현재까지 자수한 주민은 72명. 이들에게 뿌려진 돈은 5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돈 봉투를 뿌린 김씨를 구속했다.

인천에선 E씨가 지난 1월 중순 한 조합원의 자녀 결혼식에 찾아가 다른 조합원의 축의금 봉투에 자신의 돈 20만원을 함께 넣어 전달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입원한 조합원을 찾아가 5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경기도 여주시 선관위는 조합원들이 포함된 단체 견학 행사에 현금을 찬조한 후보 F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F씨는 작년 11월 다수의 조합원이 포함된 단체의 견학 행사에 동행, 현금 10만원을 찬조해 기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공단체 등 선거위탁에 관한 법률'은 임기 만료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와 배우자가 기관·단체·시설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남 거창의 한 농협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는 지난 1월 말 이사직에서 퇴임하면서 조합원 1444명에게 자신의 출마 사실을 알리고 많은 성원을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불법선거 역이용한 피싱 범죄까지 등장

금품·향응을 제공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등의 불법 선거운동이 판을 치면서 이런 행태를 역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피싱 범죄도 등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일 "선관위와 경찰 등을 사칭하며 '선거 관련해서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엄중 경고하며, 이번에 조용히 넘어가고자 한다. 서로 윈윈하는 의미에서 아래 계좌로 100만원 입금하면 된다'는 문자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 것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불법 선거운동 및 이를 역이용한 사기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정보·수사 등 전 기능을 동원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1063명을 활용해 후보자 동문회 홈페이지,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순찰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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