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방' 중 방산비리만 열어보니 군피아가 주물럭.. 별 12개 구속·1639억 '악취'
▲ 2008년 현직 해군참모총장 업체에 직접 돈 요구 7억 받고조종사 출신 공군참모차장 전투기 부품 정비 비리 가담"납품 비리는 빙산의 일각… 로비 등 핵심 손 못 대" 지적
해군참모총장은 납품 대기업에 직접 돈을 요구하며 협박했다. 공군참모차장 출신 인사는 후배들이 조종할 전투기 부품으로 사기를 쳤다. 방위산업의 뚜껑을 열자마자 전투복에서 전투기, 군함까지 비리의 악취가 풍기지 않는 곳이 없었다. 현역 최고위층부터 예비역 장교까지 '군피아'들은 복마전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 가운데 가장 먼저 수사가 펼쳐진 방위사업 비리 수사가 시작된 지 100일 만에 구속된 '별' 숫자만 12개에 이른다.
출범 100일을 맞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그간 전·현직 군 관계자 등 23명을 기소하고 이 중 16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구속기소된 장성 출신은 예편 계급 기준으로 대장 1명과 중장 2명, 준장 2명 등 5명이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재임 때인 2008년 장비·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였던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등에서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총장과 STX 사이의 '메신저' 역할은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이 맡았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자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천기광 예비역 중장은 예편 후 공군 부사관 출신이 설립한 전투기 부품 정비업체 '블루니어'에 입사해 243억원 규모의 부품 정비 비리에 가담했다. 이 회사는 F-4 전투기와 KF-16 전투기 등 부품 정비 내지 교체를 하지 않고 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고, 나중에 발각되지 않도록 모조 부품을 만들어 수거한 폐부품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이 같은 방위사업 비리의 중심에는 군피아가 있었다. 납품업체가 장성 또는 영관급 출신 예비역 장교를 영입한 뒤 군 관계자들에게 사업 수주 로비를 하거나 비리 감찰을 무마하는 식이다. 합수단이 그간 밝혀낸 비리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639억원가량이다.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장비성능 평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소수의 군 관계자가 밀실에서 결정하도록 방치한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국방예산이 지난해 기준 세계 10위권에 올랐고, 올해도 37조4560억원을 국방예산으로 책정할 정도로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검사 16명을 비롯해 정부기관 7곳에서 1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 1993년 율곡사업 비리 감사 및 수사 이래 최대 규모의 방산 비리 수사에 나섰다지만 성과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비리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납품 단계의 비리만 겨우 건드렸다는 것이다.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정부의 무기정책 결정 자체가 로비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군 비리 문제의 핵심"이라며 "납품 로비 등은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과 방산업체 간의 음성적인 방위사업 정보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무기 전력화 시기 등 핵심적인 방위사업 정보 공개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재원·곽희양·이효상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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