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입학식 축사 "약자와 함께.. 선한 인재 돼라"

김민정 입력 2015. 3. 2. 18:49 수정 2015. 3. 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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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 소중한 기회를 막연한 인사말로 채우기에는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각성을 드리고 싶습니다."

2일 오전 열린 서울대 입학식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신입생이자 모교 후배들을 향해 읽어나간 축사는 그의 표현처럼 '답답한 얘기'로 가득했다. "긴 고민 끝에 듣기 좋은 덕담보다는 여러분이 앞으로 맞닥뜨려야 할 엄혹한 도전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분발을 당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그는 축사 내내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청춘들의 책임감을 일깨우는 발언을 이어나가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서두에서부터 희망이 사라진 사회 현실의 문제점을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사업놀이'에 빗대며 날을 세웠다. 그는 "사업놀이는 진짜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고 그저 열심히 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는 뜻"이라며 "현실에서도 정파적 이익을 위해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정파놀이', 관료들의 '규제놀이', 대기업의 '갑질놀이' 등이 이 사회를 교착상태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김 교수는 '세대 이기주의'를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는 영화 '국제시장' 대사를 인용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희생 정신이 사라진 오늘날 세태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젊은 세대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가진 자원과 정보와 인맥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며 "젊은 세대는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희망의 불씨이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 이것이 '세니오르 오블리주(senior oblige)', 즉 나이 든 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치열한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혐한주의와 중국의 고도성장, 무섭게 도전하는 중국 '쥬링허우(90년대생)'세대에 둘러싸인 게 우리가 처한 국제적 현실"이라며 "이에 뒤처지지 않고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선 끈질기게 공부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신입생들에게 사회적 약자, 공동체와 함께 가는 '선한 인재'가 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에베레스트 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유는 히말라야 산맥에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거봉의 고원들과 어깨를 맞대고, 그 준령에서 한 뼘만 더 높으면 바로 세계 최고의 산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공동체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는 수년 전부터 신입생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학내ㆍ외 저명인사를 초청해 입학 축사를 맡기고 있다. 올해는 2010년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2012년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등 청년의 절망을 어루만지는 책을 잇따라 출간해 청춘들의 '멘토'로 불리는 김 교수가 연사로 낙점됐다. 이날 입학식에는 성낙인 총장과 학교 관계자, 학부모, 학생 등 수 천명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강당을 가득 메웠다.

김난도 교수 화제의 축사 ▶ 전문보기(http://hankookilbo.com/v/007e0174c86e48f8a95db4dffaddb695)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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