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1조 원 아낀 도쿄, 평창은?

권종오 기자 2015. 3.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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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어제(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끝났습니다. 이번 집행위의 최대 승자는 2020년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의 도쿄였습니다. IOC로부터 경기장 변경을 승인 받아 무려 1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전체 경기장의 3분의2 정도를 새로 지을 예정이었습니다. 유치 활동 당시 올림픽 선수촌에서 8km 이내에 대부분의 경기장을 배치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건비를 비롯해 총 건설비가 폭등했습니다. 도쿄 조직위에 따르면 당초 신축 경기장 건설비로 15억 달러를 예상했는데 정밀 실사 결과 2배인 30억 달러 이상으로 대폭 올랐다고 합니다.

재정 부담이 커진 도쿄 조직위는 비용 절감을 위해 신축 경기장 비율을 67%에서 50%로 크게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농구, 승마 경기장은 새로 짓지 않기로 계획을 바꿨고 카누 경기장도 환경문제를 고려해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농구 경기장은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렀던 체육관을 활용하고 승마 경기장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승마장으로 이용됐던 곳을 보수해 다시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도쿄 조직위의 경기장 변경 요청은 이번 집행위에서 IOC로부터 흔쾌히 OK 사인을 받았습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4월말까지 모두 10개 경기장 장소 변경을 추진해 IOC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IOC는 이 계획을 심사해 오는 6월 집행위에서 최종 승인하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도쿄는 총 10억 달러의 경기장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1천억 원이나 되는 거액입니다.

이번 집행위에는 도쿄 조직위뿐만 아니라 조양호 위원장을 비롯한 평창 조직위 수뇌부도 총출동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평창 조직위는 2018 평창올림픽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장 장소 변경 문제를 IOC에 타진했습니다. 그 결과 평창 조직위, 강원도, 문체부, IOC, 국제스키연맹이 참석하는 협의체에서 경기장 변경 안건을 결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입장이 통일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예정돼 있는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옮길 경우 최소한 500억 원이 절감될 수 있다"며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장 변경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는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여전히 'No'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1월 초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프리스타일 경기의 북한 개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른바 '남북 분산 개최'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지금 강원도는 평창에서 정선으로 개최 장소를 바꾸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 개최는 검토할 수 있지만 같은 강원도 지역인 정선 개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가당착입니다. 가뜩이나 열악한 강원도 재정을 감안하면 수백억 원은 결코 '쌈짓돈'이 아닙니다. 강원도의 전향적인 자세와 현명한 결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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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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