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댓글 알바'로 잘못 감추는 '갑'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중의 비난을 받았던 일부 기업들이 한 달에 수백만원씩 주고 '댓글 마케팅' 업체에 의뢰해 인터넷상에서 댓글 여론조작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국내 온라인 마케팅업계에 따르면 '댓글 마케팅' 업체 ㄱ사는 지난해 '갑을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ㄴ업체의 의뢰를 받아 인터넷 뉴스와 카페, 블로그에 ㄴ사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댓글을 달았다. ㄱ사 관계자는 경향신문 기자가 고객을 가장해 문의하자 "ㄴ업체의 경우 댓글을 많이 달아야 하니 월 200만원가량을 받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진행했다"며 "안 좋은 글이 올라오면 반박해주고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갑을논란'에 적절한 대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ㄱ사는 2011년부터 기업들로부터 적게는 한 달에 30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씩 받고 댓글 작업을 해줬다고 한다. ㄱ사 홈페이지에는 댓글 작업을 의뢰한 업체의 명단이 공개돼 있다. 마트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해 논란이 된 ㄷ사, 오너의 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ㄹ학원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한 모 정치인도 있다. ㄱ사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댓글로 요청하는 경우 단가는 더 올라간다"며 "어떤 의뢰인들은 한 달에 1000만원씩 투입해 댓글 활동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온라인상 여론조작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LG전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일방적으로 칭찬하는 내용의 댓글을 정보통신 커뮤니티 '시코'에 올렸다 탄로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인터넷 강의 업체들이 온라인에서 '댓글 알바' 공방을 벌이다 형사 고소전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지 몇 년씩 됐는데, 아직도 댓글 알바 수준의 행태가 이어지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경험하며 소셜미디어를 엉뚱한 용도로 쓰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가능성뿐 아니라 산업적인 가능성도 왜곡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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