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거짓말 여든까지 갑니다"

2015. 3.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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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주제는 '정직']<37>초중고 '정직 교육' 강화해야

[동아일보]

《 대기업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5년간 근무하며 두 아이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보냈던 박모 씨(45). 그는 미국 학교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정직을 강조하는 교육'을 꼽았다. 매 학기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공지하는 '학급 규칙(Class

Rule)'은 10개 정도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항상 포함돼 있었다. 박

씨는 "한국에 돌아온 뒤 아이들이 종종 '학급 친구들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 '한국 친구들은 미국 친구들만큼 정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우리 학교가 상대적으로 공부에 너무 치중해서 그런지 '거짓말 안 하기' '정직하게 생활하기' 등과

같은 부분은 덜 챙기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 일상에서 반복되는 '정직 교육'

영미권과 유럽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 본 한국인들은 이 지역 사람들이 한국인보다 거짓말에 훨씬 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정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거짓말에 민감한 문화는 어린 시절부터 일상 속에서 비중 있게 진행되는 '정직 교육'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반복되는 정직 교육을 통해 정직은 한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데 핵심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직의 중요성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선 '표절 방지 교육'과 '무감독 시험' 등으로도 나타난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시험은 물론이고 과제를 베끼기만 해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김모 씨(39)는 영어 실력이 부족했던 시절 참고서를 그대로 베꼈다가 곤욕을 치렀다. 처음 교사가 '왜 베꼈느냐'고 물었을 때 '베끼지 않았다'고 일단 부인했던 게 문제를 키웠다. 표절도 심각한 문제지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는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연락을 하고, 징계까지 내리려 했던 것. 다행히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됐고, 영어가 서투르다는 점이 고려돼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선에서 해결됐지만 김 씨는 "미국에서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 직장에서도 '정직'은 중요한 가치

영미권이나 유럽인들의 정직의 중요성은 직장 생활에서도 이어진다.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본사에서 재무 관련 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박모 씨(37)는 외국인 직원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데 훨씬 적극적이라고 털어놓는다. 박 씨는 "한국 기업에선 처음 문제를 지적하면 일단 둘러대는 게 일반적이고, 적당한 수준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외국인 직원들은 처음부터 '그땐 이런 점을 몰랐다' '실수를 저질렀다' '결과적으로 잘못한 일이다'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의 사회정책 업무 파트에서 일했던 이모 씨(36)는 서양인들을 상대할 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로 '거짓말쟁이'를 꼽는다. 협상과 조정 업무가 많은 국제기구 특성상 구성원들 간 격한 토론이 벌어질 때가 많은데 순간적으로 화가 나 이런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 이 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짓말한다는 식으로 말하면 인격적으로 그 사람을 모욕하고, 관계 단절을 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좀 더 정직한 사회문화'를 만들려면 가정교육에서부터 정직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린이 동화같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도구에서도 정직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교수는 "동양 동화의 권선징악처럼 서양 동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제가 정직"이라며 "취학 전 교육과 가정교육에서부터 정직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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