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어르신, 이 약 저 약 마구 먹으면 병 더 키워요

이민영 2015. 3.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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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건강 좌우하는 올바른 약 복용법

김모(72·서울 마포구)씨는 지난달 검붉은 혈변을 보고 화들짝 놀라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장출혈이었다. 원인은 약물 부작용. 김씨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항혈전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동시에 비타민 K가 함유된 종합비타민을 먹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는 "비타민 K는 피를 응고시켜 항혈전제 효능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타민 K 때문에 항혈전제의 효능이 떨어지자 용량을 늘렸다. 문제는 김씨가 비타민 K의 복용을 중단한 데서 비롯됐다. 항혈 전제가 과하게 작용해 피가 묽어지고, 지혈이 잘 안 돼 출혈이 생긴 것이다.

복약수첩+단골 약국으로 약력 관리

'아는 것이 약(藥)'이다. 1개 이상의 의약품을 복용해야 하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겐 올바른 복약지식이 노년 건강을 좌우한다. 노인환자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 발생률이 높다. 질환이 겹쳐 여러 약을 한꺼번에 먹는 경우가 많은데 복약지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김광일 교수는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이상반응이 생길 위험이 1개 약을 먹는 환자보다 4.3배 높다"고 말했다. 노인은 눈이 침침해 복약 설명서를 일일이 읽기가 힘들다. 의사·약사가 말한 주의사항은 깜빡하기 일쑤다. 게다가 약효에 민감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 할 수 있다. 소화장애·불면증 등 부작용뿐 아니라 인지기능 장애나 낙상 위험까지 높다.

노인은 약물대사 기능이 떨어진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조경환 교수는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체내 지방이 많고 수분이 적다"며 "같은 약을 먹어도 몸에서 더 독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약물을 흡수·배설하는 데 관여하는 주요 장기인 간·신장 기능도 떨어진다. 약물이 쉽게 축적돼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

노인이 약물 부작용에 노출되는 또 다른 이유는 여러 진료과에서 많은 약을 처방받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의료센터를 방문한 환자 115명을 조사했더니 이들이 평균 복용하는 약의 개수는 8.9개였다. 이들은 1.5회 약물 유해반응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조경환 교수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하는 약물, 건강 기능식품, 성분이 명확하지 않은 약물까지 불필요하게 많은 약을 복용해 부작용 위험을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노인환자 에게 복용 중인 약을 기록한 복약수첩이 필요한 이유다. 복약수첩에는 처방전 없이 구입한 약물, 약 부작용 반응이 있었던 경험, 건강기능식품과 영양제를 함께 적어서 다닌다. 김광일 교수는 "병원에서 처방받을 때는 먹고 있던 약의 목록을 가져가야 상호작용을 하는 약 처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일본에서는 복약수첩과 단골 약국을 기반으로한 노인환자의 약력관리가 체계화돼 있다. 한국의약통신 정동명 대표는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단골 약국 갖기 캠페인을 시행해 환자의 약복용 이력을 관리하고, 환자는 복용 중인 약과 건강기능식품 목록을 적은 복약수첩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 운동본부 김이항 학술팀장은 "단골 약국이 있으면 여러 병원에서 받은 처방과 그간 구입한 약을 한눈에 보게 돼 불필요한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화제·두통약 임의 복용 말고 병원 찾기

약국에서 쉽게 구입하는 일반의약품이더라도 노인에게는 유해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관절염 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경환 교수는 "노인환자는 관절이 아프다며 관절염 약을 처방받고, 약국에서 관절염 패치제를 사서 붙인다"며 "관절염 약 성분에는 콩팥을 망가뜨리는 부작용이 있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의로 약을 사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소화불량·어지럼증·변비·입마름 같은 증상이 약물에 따른 이상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일 교수는 "노인 환자에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은 약물 충돌로 인한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약을 추가해서 먹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약물은 용량에 따라 숨이 차거나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어지러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관절염에 흔히 사용하는 진통제도 속쓰림·구역·변비·소화기 출혈이 잘 생긴다. 항불안제·항우울제는 수면이 길어지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약 개수 줄이고, 6개월마다 복용약 검토

노인 환자가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약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광일 교수는 "어르신은 약을 덜 먹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본인의 병이 치료가 안 돼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약을 많이 먹어야 몸이 건강하다는 생각은 버린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과 약의 개수가 많아지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해한다.

의사·약사에게는 복용하는 약과 관련해 많은 질문을 한다. 김이항 약사는 "의사·약사가 알아서 약을 줄 거라 생각하지 말고 먹고 있는 약의 목록을 적어가서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상 되는 부작용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피할 음식, 복용시간과 보관법을 물어가며 메모한다. 6개월에 한 번은 의사·약사를 찾아 복용 중인 일반약·처방약·건강 기능식품·영양제 등을 점검받는 것이 좋다. 유효기간이 지나 버려야 하는 약과 불필요한 약을 걸러낸다. 김이항 약사는 "약국에는 폐의약품 수거함이 비치돼 있다"며 "쓰레기통·하수구에 약을 버려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어떤 약을 버려야 하는지 약사에게 조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환자에게 약을 챙겨주는 보호자가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환자에게 복약 방법을 반복해 설명한다. 복용약물이 많다면 복용시간과 복용법, 보관법을 써서 냉장고 앞 등 잘 보이는 곳에 붙인다.약 봉투를 크게 만들어 해가 뜨거나 지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복약 시간을 표시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둘째, 약 복용 후 환자의 신체 상태를 살핀다. 어지럼증은 없는지, 속은 괜찮은지 묻는다. 노인은 약물 유해반응이 생길 위험이 크므로 간단한 증상이더라도 의사·약사에게 알린다.

셋째, 하루에 노인환자가 먹어야 할 약을 점검한다. 조경환 교수는 "노인은 인지력이 떨어져 일주일 치를 3일 만에 다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약 보조기구를 이용해 요일별로 복용할 약물을 보관하거나 달력에 그날 먹을 약을 붙여놓는 약 캘린더가 도움이 된다. 김광일 교수는 "부모님이 다른 곳에서 약을 개인적으로 구입해 드시는 건 아닌지도 살핀다"고 말했다.

넷째, 처방전을 보관하고 복용약물의 이름·부작용을 기록한다. 응급상황 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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