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 오타니 열풍, 한국야구의 씁쓸한 현실

입력 2015. 3. 1. 14:01 수정 2015. 3. 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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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오키나와, 김태우 기자] 말 그대로 구름 같은 취재진이었다. 마치 일본시리즈 취재 열기를 방불케 했다. 일본 오키나와 나고 구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니혼햄 파이터스의 전지훈련 분위기가 그랬다.

사실 니혼햄은 일본 내에서 압도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냉정하게 이분법적으로 따지면 '비인기팀'에 가깝다. 그럼에도 취재진의 수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 셀룰러 스타디움의 그것과 맞먹었다. 이에 대해 니혼햄 관계자는 쑥스럽다는 듯 "오타니의 데뷔 후 취재진의 수가 크게 늘었다. 우리도 불어난 취재진의 업무 보조를 위해 업무량이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역시 오타니 쇼헤이(21)였다. 모든 취재진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했다. 그의 오늘 훈련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연습경기에 나선다면 얼마나 던질 것인지(혹은 타석에 나설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가 다른 시설로 이동하면 연습경기 중에도 취재진의 상당수가 그를 따라 나설 정도였다. 팬들은 주위에서 박수를 치며 오타니를 응원했고 오타니가 가벼운 미소를 지을 때마다 환호성과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졌다. 불펜피칭을 하면 수많은 사진기자들이 숨죽이며 그의 투구를 지켜봤다.

취재 환경은 한·미·일이 모두 다르다. 야구의 문화 차이도 있지만 나라의 문화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다. 선발투수가 1이닝 10실점을 해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경기장을 떠날 정도의 부상이 아니라면 경기 후 미디어 앞에 서야 한다. 우리 관점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수의 속을 긁는 질문이 쏟아지지만 이를 냉정히 넘길 수 있는 미디어 훈련이 잘 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일본야구에서 선수는 '신의 영역'에 가깝다고 한다. 팬들도 사인요청을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취재진도 철저히 '을'이다. '情의 문화'가 있는 한국은 그 중간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도 이를 몇 번이나 느끼곤 했지만 오타니에 대한 관심과 경외심은 유별나 보였다.

오타니는 입단 후 빠르게 리그 최고의 인기스타로 자리 잡았다. 고교 시절부터 최고 스타덤에 올랐던 오타니는 155㎞ 내외의 빠른 공으로 화제가 되더니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 승수-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일본프로야구 첫 대업으로 완전한 최고 스타 자리를 꿰찼다. 아직 자격을 취득하려면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메이저리그(MLB) 진출 이야기가 나온다. 화제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모습이다. 한 일본 취재진은 "명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르빗슈나 다나카의 그맘때보다는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오타니 열풍'을 한국프로야구에 가져오면 씁쓸한 현실이 보인다. 일본프로야구의 마운드 대세는 이미 상당 부분 80년대 중·후반 투수로 넘어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마에다 겐타(히로시마)는 88년생이다. 그 뒤를 94년생 동갑내기인 오타니와 후지나미 신타로 등이 잇는 모습이다. 고교 졸업 이후 곧바로 프로에 데뷔해 좋은 경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스타가 끊임없이 배출되는 것이다.

이와 비교한다면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은 씁쓸하다. 몇 년째 마운드에서 새로운 스타 탄생이 끊겼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이후 리그를 주름잡는 20대 중반의 선수들이 아예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은 어린 선수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아예 없는 팀도 있다. 그리고 스타들은 죄다 메이저리그와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KBO 리그의 스타 마케팅은 점점 힘들어진다.

물론 일본의 야구 환경과 우리의 야구 환경을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건너기 힘든 큰 격차가 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확률 자체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격차가 계속 벌어진다면 그것도 곤란하다. 국제 경쟁력은 둘째치더라도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선수의 부재는 리그 전체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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