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학구파도 좋지만..전 밝고 바보스러운 사람"

2015. 3. 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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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고 영특한 미국 청년으로 인기.."고향에선 인기 몰라"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읽는 중..韓정서 그린 소설 좋아"

건전하고 영특한 미국 청년으로 인기…"고향에선 인기 몰라"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읽는 중…韓정서 그린 소설 좋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국 지도를 펼쳐 놓고 북동쪽으로 눈길을 돌렸을 때 자리한 곳이 바로 버몬트 주다.

자연 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작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이 소설 '정글북'을 쓴 곳이기도 하다.

버몬트주에서 태어난 소년은 신기한 것이 지천인 집 밖으로 나가 놀도록 이끈 어머니 덕분에 친구들과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예닐곱 살 무렵에는 어렵게 잡아온 뱀을 넣어둔 어항에 개구리도 뒤늦게 넣었다가 개구리가 뱀에게 먹히는 순간을 목격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타일러 라쉬(27)는 "어린 시절 공부에 매달리지 않고 밖에서 놀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웠다"며 방그레 웃었다.

타일러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국 청년이다.

명문인 미국 시카고대를 나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는 화려한 학력 때문만이 아니다.

타일러는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수어지교', '일기일회' 등 우리에게도 어려울 법한 사자성어를 척척 읊는가 하면 프랑스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까지 챙긴다.

다른 문화를 그 뿌리까지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학벌이나 탁월한 언어 능력 이상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겸손하고 명랑하며 친절한 태도도 점수를 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아버지와 포르투갈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타일러는 "어릴 적부터 다른 집안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미국에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기에 다른 문화를 꼭 외국 문화라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타일러가 한국어를 접한 것은 시카고대에서 국제학을 전공 중이던 2007년 무렵이었다.

2011년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에서 공부를 시작한 그는 외국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아르바이트를 겸해 출연했다가 인기를 얻었다.

"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죠. 제 인생은 미국과 한국에서 이뤄지는데 미국에서의 삶은 변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가령 학생일 때 한국인들이 제게 시선을 보냈던 것은 외국인이 신기하기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확 바뀌었죠."

온라인에서는 "타일러와 결혼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고 진지하게 해법을 제시하는 댓글들이 달리지만 정작 고향 사람들은 이 버몬트 청년의 인기를 알지 못한다고.

"미국에는 (이런 뉴스가) 하나도 전달되지 않아서 고향 사람들은 모른다"면서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은 그는 '스타'라는 이야기에는 "전 스타는 아니"라며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타일러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6개 국어, 서울대, 중국어' 등 지적 능력과 관련된 단어들이 함께 뜬다.

타일러는 이런 학구파 이미지를 좋아한다면서도 "양면의 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구파 이미지가) 제 성격 일부를 보여주지만 시청자들이나 인터넷에서는 또 그런 면만 보기 때문에 부담이 돼요. 특히 제가 무언가를 모른다면, 어떻게 모른다고 말하지, 라면서 두려움이 생길 때가 있죠."

타일러에게 대중에게 미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매력을 설명해달라고 청했더니 "저는 정말 밝고 바보스러운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들이 정말 바보 같을 때가 잦아요. 그런 면이 제가 공부한 지식과 대조되다 보니 제 친구들이 재미있어하죠. 그런 면이 하나도 (방송에) 안 나왔어요. 하하하."

논문 준비에 최근 케이블채널 tvN의 색다른 토크쇼 '뇌섹시대-문제적 남자'까지 시작해 더 바빠진 타일러는 시간이 나면 한국 소설을 읽는다고 했다.

"지금은 고등학교 동창이 추천해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기 시작했어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외딴 방'도 읽었는데 그렇게 한국의 정서를 그려내는 소설을 좋아해요."

이 착실하고 영특한 청년의 5년 뒤, 10년 뒤 모습이 궁금해졌다.

"제가 한국, 아니면 미국, 아니면 제3국에 있을 텐데, 5년 후도 전혀 모르겠네요. 제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송에 출연한 것처럼 이렇게 인생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찾아오기 전에는 미리 준비할 수 없잖아요."

청년은 이어 한국인도 쉽게 떠올리지 못할 한 마디를 남긴 채 서둘러 방송 녹화장으로 뛰어갔다.

"우리가 강변에 다가가기 전에는 강을 건널 다리를 만들 수가 없듯이 저도 그렇게 흐르는 대로 살려고 해요."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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