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왜 동네 아저씨 같은 백종원에 열광할까

정덕현 입력 2015. 3. 1. 08:19 수정 2015. 3. 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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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구수하게 고급스러운 백종원의 재발견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최종 우승자는 요리사 백종원에게 돌아갔다. 6명의 출연자가 전후반으로 나뉘어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고 그 시청률이 가장 높은 사람을 우승자를 가리는 이 프로그램에는 백종원을 포함해 김구라, 정준일, 홍진영, 김영철, AOA 초아가 참여했다. 전반전에는 중간 순위 정도의 시청률을 내던 백종원이 후반전에 이르러 우승자가 된 원동력은 뭘까.

물론 쿡방과 먹방을 오가는 그 콘셉트가 최근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요리 방송을 보여준 백종원을 유리하게 작용한 면이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단지 그것만으로 단정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샘킴이나 최현석 셰프처럼 최근 일련의 쿡방으로 주목받는 셰프들이 젊고 잘 생긴 훈남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차라리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외모의 백종원에게 이토록 열화와 같은 반응이 쏟아진 건 이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보여준 백종원의 개인 방송은 그만의 구수하게 '고급진' 쿡방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방송 자체가 익숙하지 못해 어색해하면서도 요리사 특유의 자기만의 요리 노하우를 살짝 살짝 알려주는 모습과, 요리할 때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이는가에 대한 팁까지 백종원은 그 방송에 참여한 네티즌들의 반응처럼 '준비된 방송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물론 여기서 '준비됐다'는 얘기는 무언가를 준비해왔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처럼 가식 없는 방송에 백종원 같은 인물이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계란말이를 쉽게 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면서 실패하게 되자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차라리 귀엽게까지 다가왔다. 야채를 손질할 때 자신이 쓰는 커다란 칼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게 더 있어 보인다"는 얘기도 여타의 요리사들이 보이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네티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무얼 만드는 걸 보여줬으면 하냐고 즉석에서 물었고, 거기 올라온 의견들을 반영해 요리를 해 보이는 소통의 자세도 보여줬다. 다른 출연자의 공격으로 소리가 나가지 않게 되자 스케치북에 삐뚤빼뚤 글씨로 요리에 대한 정보를 적어 보여주는 모습은 오히려 더 네티즌들을 반하게 만들었다. <러브 액추얼리>의 스케치북 프러포즈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 장면에 네티즌은 '백종원의 스케치북'이라는 댓글을 달아주었다.

무엇보다 백종원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것은 그의 쿡방이 요리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매개로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가 거기서 만든 요리들은 샌드위치, 닭볶음탕, 계란말이, 짜장 같은 일상적으로 누구나 시도해볼만한 것들이었다. 다만 그 일상 요리에 요리사로서의 자신만의 '쿨팁'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우승을 한 백종원에게 주어진 1분 간의 자기 PR시간에 그는 아내 소유진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업가와 소유진 남편으로 더 알려져 온 백종원은 이 방송을 통해 서글서글한 요리사로서 시청자들에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실로 구수한 아저씨처럼 털털하지만 자기 분야에 확실한 노하우를 가진 고급스러운 백종원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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