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끝났습니다" 최희섭의 세 가지 변화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입력 2015. 3. 1. 07:36 수정 2015. 3. 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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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IA는 많은 변화를 맞았다. 새로운 사령탑 김기태 감독이 팀을 이끌고, 기존 선수들의 이적과 군 입대로 생긴 공백을 새 얼굴들이 채우게 됐다.

변화로 출발하는 올해 KIA의 중심에 최희섭(36)이 있다.

마무리훈련에 자진 참가하면서부터 화제를 모은 뒤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은 최희섭은 '반신반의'하는 시선 속에 성실함을 최고 덕목으로 여기는 김기태 감독의 캠프를 일단 잘 마쳐가고 있다.

KIA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마감이 며칠 남지 않은 지난달 28일, 훈련을 마치고 만난 최희섭은 "지난 네 달을 통해 몸과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고 말했다.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면서도 "지난해만 해도 이대로 야구를 끝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다시 유니폼을 입고 새 구장 챔피언스필드에 팀과 함께 빨리 서고 싶다"는 최희섭은 짧지 않은 대화 속에서 적어도 세 가지 변화를 보여주었다.

■주위 반응 신경 안 쓰고

최희섭은 한때 팬들의 반응에 일일이 신경 쓰고 상처 받았다. 요즘 세상, 유명인들이 어쩔 수 없이 겪는 일들이 최희섭에게는 너무도 큰 부담이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에게 걸었던 큰 기대가 심각한 부진으로 돌아오자 입에 담지 못할 욕으로 비난하고 길에서 마주치면 수군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최희섭은 그때마다 야구를 놓으려 했다.

요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기대를 접은 팬들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뿐이다. 최희섭이 드디어 진지하고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한다는 소식에 '이번에도 이러다 말겠지' 하는 팬들도 많다.

최희섭은 "기사와 댓글들을 나도 본다.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평가는 모두 내가 한 것에 대해 뒤따라오는 것이니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무리 훈련부터 전지훈련 출국 전, 그리고 스프링캠프를 마쳐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터뷰들을 마다 않고 모두 소화하는 것은 대표적인 변화다.

최희섭은 "이제는 내가 뛰어 한 게임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나이도 들었는데 내게 너무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 아닌가 싶었다. 야구 잘 하는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인터뷰가 너무 많은 것 같아 기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전에는 똑같은 관심에도 이런 마음으로 인터뷰를 많이 한 적 없다. 이것은 좀 변한 것 같다"며 "예전 같으면 내가 말을 많이 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만 했다. 다들 '조금 있다 고꾸라지겠지'하고 비웃는 것을 나 역시 느낀다. 그래도 이 관심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자들도 나를 단순히 인터뷰해야 하는 선수로서만 대하지 않고 진짜 안타까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감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파도 참고

최희섭은 해외 전지훈련을 정상적으로 모두 소화한 적이 많지 않다. 개인적인 일로 훈련 시작을 함께 하지 못하거나 훈련 중 몸이 아파 조기 귀국한 적도 몇 차례 있다.

최희섭의 몸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100% 완전치는 않았다. 허리 통증이 생겨 지금도 남아있다. 이 허리 통증을 두고 "전 같았으면 진작 한국에 갔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이 또 한 가지 변화다.

최희섭은 "캠프 초반 한 달 정도 훈련에 욕심을 많이 냈다. 안 하다 하니까 탈이 난 것 같다. 허리가 좀 좋지 않다. 옛날 같으면 게임도 못 뛰고 버티고 있느니 내가 눈앞에서 없어지는 게 도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겠다고 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고 말했다.

전에는 최소한 '아프다' 말하고 훈련을 쉬었을만한 통증에도 최희섭은 조용히 버텨냈다. 15일 야쿠르트와 연습경기 이후 실전을 쉬던 최희섭은 27일 넥센과 연습경기에 2주 만에 출전해 1루 수비도 소화하며 정상적으로 캠프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동안 KIA에 입단해서 '가장 잘 못 했던 것'을 이제는 잘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그의 모습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

최희섭은 "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왔으니 적어도 야구를 이렇게 못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배로 받았다. 몸은 따라주지 않으니 회피하게 되고, 이럴 바에 나 대신 다른 선수가 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늦었지만 이제 와서 느꼈다. 좀 아파도 팀과 같이 있고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팀에 빚 갚는다

마음의 변화는 입에서 나오는 말도 달라지게 한다. 최희섭은 그동안 팀과 자신을 연결시켜 말하는 습관을 갖지 못했다. 마음에 없는 말은 아예 하지 못하는 성격의 최희섭은 다른 선수들은 의례적으로라도 말하는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말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제 최희섭은 말끝마다 '팀'을 붙이고 있다.

"그동안 내가 선수로서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인 것을 인정한다. 구단에 마음의 빚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희생'까지는 못하더라도 야구 인생 끝날 때까지 KIA에서는 뭐라도 해서 도움이 돼볼 생각이다. 연봉도 그래서 알아서 하시라 하고 훈련에 왔다. 야구가 아닌 알바를 뛰어서라도 팀에 도움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키지 못할지도 모를 약속은 하지 않았다. 야구로 뭔가 한 번 보여주겠다는 말을 인터뷰 끝까지 하지 않았다.

최희섭은 "시즌 준비부터 성적까지, 겉보기에는 2009년이 가장 좋았다. 2008년에 몸이 많이 망가져 등산하며 몸을 만들었는데 운 좋게 (김)상현이가 우리 팀에 왔고 투수들도 잘 해줬다.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져 나 역시 운 좋게 좋은 성적을 냈다"며 "그때와 지금은 내 몸도, 마음도, 팀 상황도 180도 다르다. 야구를 편안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이 편하다. 유니폼을 입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야구하고 있다. 이 한 몸 불살라 훌륭한 성적을 보여주며 마무리하면 더 좋겠지만, 그런 성적이 아니더라도 뭔가 하나라도 도움이 된다면 만족하겠다. 팀에 소속돼 야구를 하며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가지는 확실히 말했다. "적어도 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거나 하는 일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가장 중요한 약속을 하며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오키나와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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