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話] 딸의 옷을 벗기고 5년이나 감금하다니..

오세균 입력 2015. 3. 1. 07:03 수정 2015. 3. 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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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한 네티즌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24살 딸 부모에 의해 감금 5년'이란 제목의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한눈에 봐도 충격적이다. 허름한 방 한 켠에 파리한 20대 여성이 어지럽게 널린 지푸라기를 깔고 누워있다. 그녀 주위로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하고 온기를 찾을 수 없는 방은 마치 가축 사육사를 연상케 한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반라의 그녀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는 듯이 가녀린 눈길을 보낸다.

지난달 25일, 중국의 한 네티즌이 후베이성(湖北省) 샤오간시(孝感市) 바이사진(白沙镇)의 한 낡은 집을 찾았을 때 촬영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 네티즌 수사대가 있다면 중국에는 네티즌 구조대가 있다. 이날 웨이보를 보고 달려온 네티즌 구조대들이 그녀를 돕기 위해 모였다. 코를 찌르는 썩은 악취가 진동하는 그녀의 방은 지푸라기며 찢어진 옷가지, 혈흔 등이 뒤섞여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사진 속 주인공인 '장치'(張琪)는 올해 24살 먹은 꽃다운 처녀다. 비슷한 또래 같으면 친구들과 한창 멋을 내며 즐거운 젊음의 날들을 지낼 나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난 5년 동안 이 지저분한 골방에 갇혀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숨죽이며 살았다. 하지만 이날 네티즌들의 도움으로 그녀는 5년간의 '감옥 생활'을 정리 할 수 있었다.

그녀가 5년이나 감금된 사연은?

누가 '장치'를 5년 동안이나 감금했을까? 왜 그랬을까? 구조과정에서 네티즌들의 한숨과 의문이 깊어질 무렵 '장치'의 어머니와 맞닥뜨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를 감금한 사람은 바로 어머니 예(叶)모 씨였다. 예 씨는 딸이 정신병을 앓아 어쩔 수 없었다며 구조를 한때 막기까지 했다. 예 씨는 5년 전 갑자기 딸이 정신 발작을 일으켜 옷을 벗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큰 길에서 옷을 찢고 벽돌로 사람을 치려는가 하면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때렸다고 한다. 그래서 예 씨는 남편과 함께 딸을 데리고 수차례 재활 병원과 우한(武漢)의 유명한 정신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됐다고 했다. 당시 치료비 마련도 쉽지 않았고 폭력성까지 띠고 있어 감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18살 딸에게 다가온 불행의 시작

하지만 그녀가 5년이란 긴 세월을 쪽방에서 감금된 사연은 더욱 놀랍다. 지난 1991년 10월에 태어난 장치(張琪)는 식구가 모두 6명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과 동생 이렇게 여섯 가족은 5년 전인 2009년까지만 해도 단란한 가정을 이뤘다. 아버지는 장 씨는 우한시(武漢市)에서 진료소를 개업했고 어머니 예 씨는 과일을 팔았다. 그런데 불행은 2009년, 딸이 18살 때 찾아왔다. 사춘기의 그녀는 당시 한 남자친구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예 씨는 딸이 사귀는 남자친구가 자신의 먼 친척이란 사실을 알고 교제를 강하게 반대했다. 한번은 예 씨가 교제 문제로 딸과 다투게 됐고 길가에서 딸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야단을 쳤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딸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고 그 후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신병으로 발전하자 예 씨는 치료를 시도하다 포기하고 딸을 버려진 고향집에 5년간이나 가둬 놓은 것이다. 그녀의 식사는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가 도맡아 왔지만 이웃들은 밤마다 버려진 폐가에서 '장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때때로 배고프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동창들도 장치가 집안에 감금된 뒤로는 목욕도 못하고 햇빛도 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친구와 이웃들은 그녀의 딱한 처지를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묵살 당하기 일쑤였다.

감금 5년 만에 재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현재 샤오간시(孝感市) 재활 병원으로 옮겨진 그녀는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웅크린 채 대인 기피증세를 보이고 있다. 병원측은 '장치'가 오랫동안 걷질 않고 5년 동안 혹독한 추위와 더위를 겪으면서 근육이 위축돼 장기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보도가 나가면서 현재 치료 비용은 샤오창현(孝昌縣) 정법위원회가 부담하고 있다. 또한 적지 않은 네티즌과 자선가들의 모금도 이어지고 있다.

감금 8년 만에 철창에서 벗어나기도

지난해 2월, 푸젠(福建)성 진장시(晋江市)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정신병을 앓던 홍 모씨는 8년 동안 감옥 아닌 철창에 갇혀 지내야 했다. 8년 전, 정신병 증세가 깊어지자 자그마한 철창에 갇혔고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현지 경찰과 마을 주민들이 나서 그를 구조했다.

현재 중국에는 정신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수가 1억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각한 중증 정신 질환자만도 1,600만 명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13명 중 1명은 정신적인 장애를 호소하고 있으며 인구 100명 당 1명은 중증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료 기반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정신과 의사가 1만 5000명에 불과해 의사 1명당 환자 비율이 840명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게 열악하다 보니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사실상 치료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정신질환자를 무시하거나 학대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심지어 장기간 가둬놓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 농촌의 정신질환자의 실상을 나타내는 이런 얘기가 있다. 한명이 정신질환을 앓으면 한 집안이 재앙을 만나고 한 마을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샤오캉 사회는 이들을 외면할 것인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은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小康社會,먹고 살만한 중류 수준의 사회)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은 전면적 샤오캉 사회가 가장 소외받고 의료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을 외면한다면 과연 진정한 샤오캉 사회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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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균기자 (sk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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