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윤근 대표는 이완구 총리를 맞아 왜 눈물을 흘렸을까

김호선 기자 2015. 2. 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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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이완구 국무총리의 재회 모습이 화제가 됐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를 방문한 이완구 총리를 맞은 우윤근 원내대표가 눈물을 보이면서 말을 잇지 못했던 장면 때문이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이를 어떻게봐야 하느냐를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긴 하지만 원래 우윤근 원내대표가 심성이 고운 사람 아니냐, 인간적으로 안타까워서 그랬다는데 뭐라 하기도 그렇다'는 반응이 많았다. 평소 우윤근 원내대표와 이런 저런 자리에서 얘기를 나눠본 기자 입장에서 보면 그런 눈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원내대표로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하며 인간적 신뢰를 쌓았던 협상 파트너가 인사청문과정에서 상처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 원내대표처럼 인간적인 정감을 가진 사람 입장에선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재회하며 눈물까지 보이는 우 원내대표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을까, 아니면 반대표를 던졌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인사 관련 투표는 비밀 투표를 원칙으로 하니 그걸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당내 비난 여론 속에서도 찬성표를 던졌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못 도와줘 미안했다는 우 원내대표의 말을 되돌려 생각해 본다면 찬성표라도 던지는 것이 유일한 인간적 도움이었을 수 있었을 테니. 만약에 그렇다면 그동안 분석했던 새누리당 이탈표 자체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에서 최대 9표의 이완구 총리 후보자 반대표가 나왔다고 분석했지만 우윤근 원내대표가 찬성표를 던졌다면 10표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과연 새정치연합에선 또 다른 찬성표는 없었을까?

최근 새정치연합의 중진 의원은 이런 질문을 기자에게 던졌다. 문재인 대표가 잘 되길 바라는 의원들이 과연 찬성표를 던졌을까 아니면 반대표를 던졌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투표 결과를 놓고보면 반대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만에 하나라도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을 때 상황을 가정하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는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언급한 이른바 '호남총리' 발언 탓이 크다. 호남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 것이 충청 민심을 자극했다는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완구 후보자가 낙마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충청권 의원들은 어떨까. 내년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이 후보자가 낙마했을 경우 악화될 지역민심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던 바다. 문재인 대표 스스로 이완구 후보자 개인의 문제를 지역의 문제로 귀결시켜 이런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이미 내년 총선에 문재인 대표가 절대로 충청에 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 충청권 야당 의원도 있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도 이완구 후보자가 통과되는 것이 꼭 나쁜 결과만은 아니라는 해석이었다. 이 중진 의원은 결국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대거 이탈표와 새정치연합의 대거 이탈표가 어우려져 찬성 148 대 반대 128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일 뿐 야당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물론 가정에 가정을 더한 이야기인 데다 만약 투표에 참여한 야당 의원수보다 반대 투표수가 턱없이 적었을 경우 야당 대표나 원내대표 모두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탈표가 나왔느냐 안나왔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에 대한 신뢰 문제다. 겉으로는 사퇴를 요구하며 본회의 투표 보이콧까지 불사할 태세였던 야당 원내대표가 도와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이는 현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대표 당선을 의식해 한 때는 특정지역에서 총리가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던 당 대표가 의석수가 부족하다고 해서 여론조사로 총리임명동의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자는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제안을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낳고, 모두 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 즉 정해진 수순 아니었느냐는 지적을 낳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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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선 기자 netcrui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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