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박성택 신임 중기회장 선거법 위반 의혹 내사

조현주 기자 입력 2015. 2. 28. 08:56 수정 2015. 2. 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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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통령'이라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중기회) 제25대 회장으로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현 주식회사 산하 대표이사)이 당선됐다. 박 회장은 2월27일 서울 여의도 중기회 회관에서 실시된 회장 결선에서 유효 투표 498표 가운데 과반이 넘는 294표를 획득해 함께 결선에 오른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204표)을 누르고 회장에 선출됐다.

박 신임 회장은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LG그룹에서 근무하다 1990년 건자재와 골재 유통사인 주식회사 산하를 설립했다. 박 신임 회장은 2012년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에 취임했다.

이번 중기회장 선거는 33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수장을 뽑는 자리인 만큼 후보 간 경쟁이 치열했다.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후보들의 불법 금품 살포 의혹이 일기 시작했고 박 회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검찰이 박 신임 회장이 산하 조합 이사장들을 상대로 정식 후보 등록을 위한 추천 명목으로 금품 로비를 하는 등 선거법을 위반한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월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서 제25대 회장으로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 뽑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100여 명에 최대 1000만원씩 건넨 정황

사정 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 2월 중순 당시 박성택 후보의 금품 살포 의혹을 제기한 참고인을 소환해 관련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의 금품 살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기회장 재선거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저널은 지난 2월 초 당시엔 후보였던 박 신임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 제보를 접하고 관련 취재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조합 이사장들의 구두 증언으로 작성된 관련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검찰뿐 아니라 중기회 내부에도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박성택 회장 후보자 금품 관련 100억대 로비'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박 신임 회장의 금품 로비 정황이 적시돼 있다. 검찰도 현재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문건에는 박 회장이 조합 이사장 10명으로 꾸려진 선거 캠프 참모진을 통해 선거인단에게 금품을 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다. 박 회장 참모들은 지역 내 조합 이사장들에게 500만원에서 1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선거인단에 포함된 100명 이상의 조합 이사장에게 금품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회 소속 한 조합 이사장은 "금품을 받았다는 조합장을 여럿 만났다. 심지어 '왜 나는 500만원을 주고 다른 조합장에게는 1000만원을 주느냐'고 항의해 더 받아낸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문건에 따르면 박 회장 캠프에서 선거인단에게 살포한 금품은 참모진이 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금액을 포함해 수십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문건이 검찰과 중기회 내부로까지 흘러들어간 이유는 박 회장과 관련된 제보가 이어져왔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중기회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 2월 중순 기자에게 "몇몇 조합 이사장들로부터 구두로 박 신임 회장 측에게서 돈을 받았다고 들었고, 문건도 그런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현재(2월 중순) 검찰이 중기회 회원사 관계자와 중기회 소속 이사장들을 상대로 박 후보의 금품 살포 여부 등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의 연락을 받았다는 조합 이사장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중기회는 공정성을 위해 지난해 7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회장 선거 관리를 위탁했다. 이에 따라 중기회장 선거에 대해 중앙선관위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 선거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감독·단속을 해왔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시사저널 박은숙

박 회장 캠프 측 "사실무근" 전면 부인

검찰 내사와 별도로 최근 서울시 선관위에 박 신임 회장의 부정 선거 활동과 관련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선관위는 중기회장 선거 하루 전날인 2월26일 "제25대 중기회장 선거 후보자 중 한 사람의 측근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선거인단에게 자신이 밀고 있는 후보 추천을 부탁하며 현금 2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사정 당국 관계자는 2월27일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한 A씨는 박 회장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해당 건은 현재 박 신임회장 의혹을 내사하고 있는 검찰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박 회장 측은 "모함이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회장 선거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2월13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기회 내부 보고 문건은 근거 없는 소문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고 확인조차 안 된 정보일 뿐"이라며 "중기회 또한 선거 중립을 지키지 않고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 초기에 선관위에서도 조사가 있었는데 모두 무혐의 처리됐고 지금까지 경고조차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참모진 명단에 오른 조합 이사장들 또한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시사저널이 연락을 취한 참모 10명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참모 명단에 오른 이 아무개 조합 이사장은 "매출이 500억원에 불과한 회사를 꾸리는 박성택 회장이 어떻게 돈을 그렇게 쓰고 다니겠느냐"며 "게다가 요즘 선거 때 돈을 쓸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유언비어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현주 기자 / ch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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