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도서관 책' 속에 담긴 '부끄러운 양심'

김빛이라 2015. 2. 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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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도서관에서 모두가 함께 봐야하는 책들, 여러분은 얼마나 소중히 다루고 계십니까.

낙서도 모자라 찢겨있고, 빌려간 뒤 되돌아오지 않는 책까지, 훼손된 책들 속에 우리의 부끄러운 양심이 담겨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학책을 펼치자, 군데군데 큼지막한 메모 자국이 가득합니다.

소설 감상평을 길게 적어놓은 책도 있고, 음료를 엎지른 흔적으로 색이 바랜 것도 있습니다.

모두 폐기를 앞두고 있는 대학도서관 책들입니다.

서가를 직접 뒤져보니, 여행책은 낙서도 모자라 할인쿠폰까지 뜯겨있고, 전공 도서들은 장마다 뜯겨 나가 누더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광엽(도서관 이용학생) : "학교에서 모두가 보도록 준비해놓은 책인데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이해가 되진 않죠. "

공공도서관은 더 심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아예 도려내기도 했습니다.

'경고문'은 무용지물입니다.

종이끼리 달라붙어 있거나 사인펜 낙서로 뒤덮인 채 반납되는 책이 일주일에 수십 권에 달합니다.

<녹취> 공공도서관 사서 : "아예 뜯어가셨어요. (이런 경우는) 저희가 다시 구매를 하는 방향으로 하죠."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은 약 2천9백만 권에 달하지만, 매 해 백만 권 이상이 훼손돼 폐기되고 있습니다.

반납 즉시 사서들이 응급처치를 하지만, 무인반납기를 이용한 경우엔 상태 확인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도서관을 나간 뒤 반납이 되지 않는 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10년 넘게 미반납 상태인 희귀 도서가 수백 권에 달하지만, 대출자가 연락이 되지 않으면 뽀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이용자들의 인식입니다.

<인터뷰> 이현주(서울도서관 사서) : "나의 개인 책이 아니라 시민의 자산이라는 것들을 좀 인식하고 지켜주시면, 더 좋은 도서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8백개를 넘어선 공공도서관 수에 걸맞은 건전한 도서관 문화 정착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빛이라입니다.

김빛이라기자 (gl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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