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워리어스'에 꽂힌 허들 감독과 강정호 출전시간

입력 2015. 2. 28. 07:00 수정 2015. 2.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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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강정호(27·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새 스승’ 클린트 허들(57·파이어리츠) 감독은 최근 북미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라는 팀에 ‘필(?)’이 꽂혀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기반을 둔 워리어스는 메이저리그로 치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합친 프랜차이즈(연고)다.

프랜차이즈는 좋지만 성적은 영 신통치 못했다. 반전이 생겨난 건 최근 일이다. 2014~2015시즌에는 워리어스가 NBA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하며 1974~1975시즌 이후 무려 40년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 ‘전사’의 심장을 닮고 싶은 ‘해적’90년대 이후 태반이 2~3할대 승률에 머물며 만년 하위팀 이미지가 강했던 워리어스는 한때 NBA 유명선수였던 델 커리(50)의 아들 스테판 커리(26·워리어스)라는 포인트가드(PG)를 영입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커리가 NBA에서 PG로 완벽 적응하고 본격적인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한 2012~2013시즌부터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앞뒀다.

클린트 허들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필드 쪽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2) 시대를 추억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었을 법한 스티브 커(49·워리어스) 감독의 조련 아래 똘똘 뭉친 워리어스는 44승11패 승률 0.800을 질주하고 있다. 올 시즌 유일한 8할대 승률 팀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잘한다는 이유에서 허들이 워리어스를 주목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야구와 농구는 근본적으로 다른 스포츠지만 허들은 만년 꼴찌로 오랫동안 헤매던 워리어스가 구조적으로 어떻게 바뀌어 지금의 최정상 위치에 설 수 있었는지 그 스터프(내용물)에 주목하고 있다.

강정호가 5년간 올라타기로 한 해적선의 90년대 이후 구단 역사와 비슷한 흐름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하다.

일명 ‘스플래시 브라더스’로 불리는 커리와 클레이 탐슨(25·워리어스)이 주축이 된 가드진이 워낙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워리어스에는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선수들의 출전시간에 얽힌 비밀 하나가 숨어있고 허들은 이를 간파했다.

워리어스는 주전 선수들의 평균 ‘플레잉 타임(뛰는 시간)’이 적으면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구단으로 분석됐다.

야구와 달리 농구는 5명이 뛰는 스포츠로 특출난 한 선수의 영향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특정선수에게 완전히 의존하지 않고 최고의 성적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데 허들은 상당한 영감을 받았다.

◇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강정호 ‘역할론’허들 감독은 미국 최대일간지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창의적인 팀 조직력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지를 워리어스가 잘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워리어스의 성공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최근 읽었다”며 “어떻게 선수들의 생산력을 극대화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실제 그들은 선수들을 적게 뛰게 하면서 하나의 무리(그룹)로서 더 나은 집합적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주의를 단숨에 끌 만한 일이다. 그들은 보유한 선수자원과 코칭스탭을 최대한 활용해 리듬을 찾고 또 찾았다. 그 결과 몇몇 핵심 선수들에 대한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이 실질적으로 줄었는데도 지난 오랜 시간에 걸쳐 바로 지금 최고의 농구경기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허들은 구성원 전원을 활용해 이른바 ‘조직농구’를 극대화한 워리어스의 스마트 전략을 닮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정규시즌 162경기 가운데 100%의 힘으로 140경기를 뛰는 팀내 최고스타 앤드루 맥커친(28·파이어리츠)과 90%의 힘으로 155경기를 뛰는 맥커친 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냐의 고민이다.

꼭 NBA의 워리어스뿐 아니라 ‘천재단장’ 빌리 빈(52·애슬레틱스)이 이끄는 메이저리그의 애슬레틱스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분석이다.

워리어스를 닮겠다는 허들의 구상이 현실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새로 영입된 강정호 같은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결국 확실한 포지션만 없을 뿐 강정호의 출전시간이 주전 못지않을 거라는 짐작을 어렵잖게 할 수 있다.

‘명장’ 허들 체제 하에서 강정호는 첫해부터 적어도 출전시간에 있어서는 물 만난 고기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재호 (kem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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