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핀 인간이 이혼소송?" 간통죄 폐지로 달라질 '파경'의 세계

김만배|김미애|이태성|황재하|한정수 기자|기자|기자|기자|기자 입력 2015. 2. 28. 05:30 수정 2015. 2. 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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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53>]이혼판례 '파탄주의' 채택 가능성.."재판실무 관행 개선해야" 대응방안 모색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김미애 기자, 이태성 기자, 황재하 기자, 한정수 기자] [[서초동살롱<53>]이혼판례 '파탄주의' 채택 가능성···"재판실무 관행 개선해야" 대응방안 모색]

헌법재판소가 지난 26일 재판관 7(위헌):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간통죄 처벌 규정이 제정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지난 1990년부터 시작해 무려 다섯 번이나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던 만큼 각계각층에서 찬반 논쟁도 뜨거웠는데요.

법조계 안팎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불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중 가장 컸는데요. 간통을 형사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민사·가사소송이 더 활발해질 테니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히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이명숙 변호사)는 "민사상 징벌적 개념의 '손해배상액 증액' 등 간통죄 폐지에 따른 제도적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간통' 저지르고도 이혼 요구 가능?

현행 이혼법에 따르면 혼인생활에서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유책주의'라는 개념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 개인의 잘잘못에 관계없이 이혼을 청구하고 이를 인정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유책주의의 반대 개념인 '파탄주의'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 국가 등은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혼 과정에서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 하는 논란은 영원한 숙제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965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첫 판례 이후 지금까지 유책주의가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혼인관계 유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대법원은 가정해체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 판례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헌재의 이번 '간통죄 위헌' 결정이 우리나라의 이혼소송 원칙 변화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부부관계는 애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간통 행위를 한다는 것은 이미 애정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난 사람들이 정조의무를 위반한다고 형사 처벌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간통죄 폐지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파탄주의가 채택될 경우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최악의 경우 간통죄 형사 처벌의 위험이 없어진 유책 배우자가 자신의 재산을 빼돌린 후 상대 배우자를 내쫓듯 이혼을 청구하는 '축출이혼'의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 배우자 입장에서 이혼을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가정과 자녀들을 보호하고 싶거나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런데 유책 배우자가 위자료와 손해배상금을 주지 않을 목적으로 재산을 빼돌리고 이혼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피해 배우자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액수 늘려야"···배우자 간통 입증은 어떻게

이혼시 위자료와 민사상 손해배상 액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헌재의 결정 이후 더욱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유책 배우자의 형사적 책임이 사라진 만큼, 민사적인 방법으로라도 부정행위에 대한 부담을 더 강력히 지게 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간 간통죄 폐지를 반대해 온 한 여성 변호사는 "이제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큰 민사적 응징을 가할 수 있어야 가정이 보호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법원 판례상 간통을 저지른 사람이 평균적으로 5000만원 이하의 위자료와 손해배상금을 부담했는데 이제 1억원 이상, 더 나아가 10억원 20억원을 물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곤란한 점은 여전히 남습니다. 유책 배우자의 간통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물론 민사소송에서 정황만으로도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입증할 수는 있지만, 명확히 배우자의 간통 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위자료와 손해배상금의 액수를 많이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간통죄 처벌 조항이 존재했을 때는 배우자가 간통죄로 상대방을 고소하면 형사사건으로 간주돼 경찰 등 공권력의 조사 및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이 경우 공권력에 의해 상대방의 간통 증거를 확보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피해 배우자가 조사와 수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현실적으로 상대방의 간통 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옵니다.

이 같은 혼란을 우려한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재판실무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재판관은 "부부 일방의 부정행위로 인한 민사, 가사 문제 해결수단을 간통죄를 유지시켜 형사사건에서 찾을 것이 아니다"라며 "간통행위로 인한 가족의 해체 사태에서 손해배상, 재산분할청구, 자녀양육 등에 관한 재판실무관행을 개선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새로 강구해야 한다"고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이혼에 관련된 민사·가사소송 영역은 일대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하급심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간통죄 폐지' 논란, 형사 처벌이 정당한지 여부를 넘어 이제 현실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입니다.

김만배 기자 mbkim@mt.co.kr, 김미애 기자 grin@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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