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罪 사라지던 날, 나이트클럽에선 '축배'

이순흥 기자 2015. 2.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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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된 26일 밤. 서울의 유흥가 곳곳에서는 간통죄 폐지를 '불륜의 자유'로 받아들이는 씁쓸한 모습들이 벌어졌다.

룸 20개를 가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인 나이트클럽. 이날 오후 10시 30분 웨이터들은 "룸은 이미 다 찼다"고 했다.

한 웨이터는 "평소엔 더 늦은 시각부터 붐비는데 오늘은 마치 관광 특수처럼 여성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오늘 영업 시작 전 직원들이 모여 '간통죄 폐지'를 기념하는 축배를 들었다"고 했다.

남녀 손님들의 화제도 단연 '간통죄'였다. 자신을 기혼자라고 밝힌 여성 최모(37)씨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다"며 합석한 남성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있다는 한 기혼 여성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또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 모텔촌. 중년 남성의 팔짱을 낀 채 거리를 걷던 40대 여성은 "이제 간통죄도 없으니 결혼을 왜 해? 그냥 이렇게 모텔 다니고 사랑하면 되지 결혼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곧이어 한 모텔로 들어갔다. 모텔 주인은 "불륜 커플은 남녀가 함께 안 들어오고 대개 5분 간격으로 들어오는 게 특징인데 이제는 따로 들어오는 모습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흥가에 위치한 경찰지구대에선 불륜 신고를 받고 현장을 덮치는 경우는 사라지겠지만, 치정에 얽힌 폭행 사건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모텔·성인나이트촌에 인접한 영등포중앙지구대 한 관계자는 "간통에 대한 형사 처벌이 원천봉쇄되면서 울분 쌓인 피해자들이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폭행하는 등 극단적인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최대 모텔촌 중 하나인 관악구 신림역 근처 한 모텔 주인 김모(51)씨도 "며칠 전 세종시 엽총 사건에도 치정 문제가 얽혀 있다던데 불륜 남녀들은 이제 엽총에 맞지 않게 대비 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간통죄'는 이날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권에 오르는 등 온라인에서도 핫이슈였다. 한 네티즌은 "이혼 소송 때 위자료 폭탄을 맞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간통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은 맞지 않느냐"고 했다. 이들 중에는 "간통죄 폐지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우리가 진짜 '불륜공화국'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개탄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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