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분석] '돈벼락 가족' 잇단 비극.. 도시개발→ 거액 보상→ 가족 갈등→ 총기 살인극

강희청 기자 2015. 2. 2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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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총기 살인 이틀 만에 화성서 인물·장소만 바뀐 '판박이' 사건 또다시 발생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에서 일가족 총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에서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가족 3명과 경찰 1명이 숨진 27일 화성시의 비극은 세종시 사건을 인물과 장소만 바꿔 재현한 듯 닮아 있다.

두 사건 모두 피의자가 돈 문제로 갈등하던 가족(세종시의 경우 사실혼 관계로 맺어진 옛 가족)을 엽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각각 '세종시'와 '남양뉴타운'이란 대규모 도시 개발이 진행된 곳에서 발생했다. 개발 부지가 수용되며 주민에게 상당한 토지 보상금이 지급됐고, 이를 통해 불어난 재산이 가족 갈등의 시발점이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동생(74)에게 살해당한 고령의 전모(86)씨는 남양동 일대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 주민은 "전씨 가족이 뉴타운 개발로 90억원을 벌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70억원대 토지 보상금을 받았고 다른 재산까지 합쳐 100억원대 자산가였다"고 했다.

전씨는 부모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산의 상당 부분이 토지개발 보상금이었다는 것이다. 전씨 가족은 원래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한다. 동생은 일찍 서울로 이주했고 형이 이곳을 지키며 살다 '돈벼락'을 맞았다.

동생은 이 시기를 전후해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동생은 어머니가 형 때문에 죽었고, 형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자신에겐 하나도 안 줬다고 생각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전씨는 그동안 형에게 지속적으로 재산 분할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에서 전 동거녀 김모(48)씨의 아버지와 오빠를 살해한 강모(50)씨도 그런 경우였다. 강씨는 김씨와 헤어진 뒤 김씨 가족이 소유한 편의점 지분을 요구해 왔다. 김씨 아버지는 세종시 개발로 큰돈을 손에 쥐게 되자 편의점 등의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한 지인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김씨 아버지가 요양원 설립도 추진했는데 강씨와는 사실상 동업 관계였다"고 말했다. 세종시 사건 현장 일대의 건물 대부분이 김씨 소유였듯이, 화성시 사건이 벌어진 2층 단독주택과 인근 빌라 2채 등은 모두 형 전씨의 소유였다.

동생 전씨는 이날 에쿠스를 몰고 와 범행했다. 차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재산 문제가 얽힌 가정불화가 언급돼 있었다. 경찰은 "동생이 평소 술을 먹고 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유족은 "(동생 전씨가) 술을 마신 뒤 칼을 들고 오는 바람에 누나(형 전씨의 아내)가 우리 집으로 피신한 적이 있다"고 했다. 범행 당일에도 형 부부에게 돈을 요구하며 다퉜다고 한다.

동생 전씨는 형과 형수를 눈앞에서 조준사격으로 살해했다. 강씨 역시 그렇게 했다. 이 잔혹한 범죄는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 두 사람 다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전씨는 강원도 원주에 있던 총을 남양파출소로, 강씨는 경기 수원에서 세종시 인근 지구대로 총을 옮겨뒀다. 이어 이른 아침 총을 찾아 술도 마시지 않은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

두 사건은 가족애보다 강한 금전욕, 가까운 이에게 받은 소외감과 박탈감, 그로부터 형성된 깊은 상처와 분노가 뒤섞여 빚어진 참극이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극단적 분풀이를 감히 실행에 옮겼다. 전씨 형제는 5남2녀 중 장남과 여섯째였다. 경찰은 "7남매 중 5명은 세상을 떠나고 2명만 남아 있었는데 그 2명이 오늘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강창욱 황인호 양민철 임지훈

강희청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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