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설 선물 주고 싶어서.. 어느 택배기사의 견물생심

전수민 기자 2015. 2. 28.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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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순간 미쳤었나 봅니다…."

경찰 앞에 앉은 이모(49)씨는 고개를 떨구고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설 명절을 앞두고 2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지난 6일부터 열흘간 백화점 택배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운영하던 술집이 생활비도 못 댈 정도로 장사가 영 시원치 않아서다.

그는 지난 13일 정오쯤 택배를 들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경비실 안에는 다른 택배기사가 두고 간 갈비 2.4㎏과 굴비 20마리 선물세트가 놓여 있었다. 순간 택배기사는 도둑으로 돌변했다. 갈비와 굴비를 들고 나온 그는 30분 뒤 인근 아파트 경비실에서도 마스크팩 선물세트를 훔쳤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 18일 마스크팩을 훔친 혐의로 이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그런데 이씨는 갈비와 굴비 세트도 훔쳤다고 자백했다. 그는 "경기가 나빠 고향에도 못 가고 집에도 선물 하나 못했다"며 "딸에게 화장품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찾아간 그의 집에는 훔친 갈비와 굴비가 냉장고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마스크팩도 포장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피해자를 찾아 어떻게든 변상해야겠다'며 여러 번 후회했다더라"고 전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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