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든 자'는 유유히 사라진, 김준호의 이상한 싸움

안진용기자 입력 2015. 2. 27. 17:32 수정 2015. 2. 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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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준호와 그가 몸담았던 코코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유명인인 김준호는 코코엔터테인먼트의 등기이사도, 대주주도 아니고 법적 책임도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안고 그 중심에 서 있다. 최근 한 매체는 김준호가 사비를 털어 후배 개그맨들과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했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코코엔터의 3년 치 통장 거래 내역을 살펴본 결과, 김준호가 4억 원을 빌려 회사에 넣은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주장했고, 김준호는 "김우종 대표 도주 후 내가 직접 요청해 빌린 4억 원에 대한 대표이사 김 씨의 지분 담보설정도 사기였기에,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요청한 4억 원은 결국 코코엔터가 아닌 개인 빚으로 상환을 약속하게 된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27일에는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다른 매체는 코코엔터의 현재 최대 주주인 BRV가 김우종 대표와 폐업을 반대하는 일부 주주 사이의 금전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준호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주주 모임인(주)지알티파트너스(이하 GRT)가 2014년1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코코엔터로부터 약 3억 7500만 원의 선급금을 받은 걸로 돼 있다. BRV는 "폐업을 반대하는 코코엔터의 유 이사가 씨가 GRT의 대표를 지냈다"고 주장하고 있고 코코엔터가 문을 닫으면 GRT는 이걸 곧바로 갚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이 매체는 "유 이사가 김우종 대표와도 친한 선·후배 사이"라고 덧붙이며 " 결국 금전 때문에 코코엔터의 회생을 끝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의구심이 증폭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고 내밀한 이야기까지 나오자 많은 네티즌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사이 김준호의 이름은 수차례 오르내렸고 "김준호도 뭔가 잘못을 했으니 이런 상황이 됐겠지"라는 방향으로 여론이 흐르고 있다. 대중은 관심은 김우종, BRV, GRT보다는 익숙한 '김준호'에 쏠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물론 김준호의 잘못은 있다. 콘텐츠 부문 대표인 자신을 믿고 코코엔터에 몸담은 후배 개그맨들과 매니저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가장 뼈아프다. 그들이야 말로 김준호를 믿고 코코엔터 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준호는 사비까지 대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 중 김준호는 어느새 모든 잘못을 짊어지고 해결해야 할 사람이 됐다. 그는 폐업을 결정할 권한도 없고, 지금의 사태를 수습할 책임도 없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미명 아래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이 대중에게 '김준호가 책임자'처럼 비쳐졌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김준호는 자신이 콘트롤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려고 '오버'한 것이다.

김준호는 코코엔터의 경영자가 아니다. 대주주도 아니다. 등기이사도 아니다. 계약에 따라 지급되는 활동비 등은 받았지만 돈의 집행은 그가 한 적이 없다.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김준호보다 법인의 감사에게 먼저 이유를 물어야 할 것이다. 결국 그에게 남는 건 '도의적 책임'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진흙탕 싸움 속에서 어느덧 '김우종'이 사라졌다. 이 사태의 시작이자 끝은 부실 경영으로 회사를 파산 지경으로 몰고 가고, 마지막 남은 자금까지 횡령해 도주한 김우종이다. 현재 그가 한국에 없고,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또 다른 이를 제물로 삼아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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