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경률에게 韓 최초 '올해의 선수상'을 바칩니다"

2015. 2. 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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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선배이자 라이벌 최성원 '눈물과 오열의 추도사'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한국 당구 106년 역사에 최초로 세계캐롬당구연맹(UMB) '올해의 선수상' 영예를 얻은 최성원(38). 27일 오전 수화기 넘어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그러나 착 가라앉아 있었다.

바로 절친한 후배이자 라이벌 김경률(35)을 가슴에 묻은 다음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경률은 5일장을 치른 뒤 26일 화장을 거쳐 강화도의 한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최성원은 후배의 마지막을 보낸 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동궁, 김행직 등 동료들과 함께 김경률의 추모 사업을 위한 논의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최성원은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사실 최성원은 비보를 접한 이후부터 편하게 눈을 감았던 시간이 별로 없었다. 월드 슈퍼컵 출전으로 벨기에 안트워프에 있던 최성원은 곧바로 짐을 싸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시차 적응을 할 새도 없이 장례식장으로 달려와 동료, 관계자들과 조문객을 맞았다.

발인 전날인 25일 밤 열린 대한당구연맹의 추도식 때 최성원은 선수 대표로 추도사를 읽었다. 오열 때문에 제대로 낭독할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읽어낸 최성원은 다음 날 화장과 안치까지 함께 했다.

최성원은 탈진했다. 연맹 관계자는 "장례식 내내 너무 울어서 기운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경률은 최성원에게 너무도 특별한 존재였다. 동생이었지만 존경했고, 넘어서야 했던 롤 모델이었다. 그것은 김경률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건설적인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냈던 상생의 선후배였다.

먼저 이름을 날린 쪽은 최성원이었다. 부산 지역 고수로 명성을 떨쳤다. 고향 경남 양산을 평정했던 19살 김경률이 그런 최성원과 맞붙으러 부산으로 갔다가 호되게 당했다. 이후 김경률은 절치부심 큐대를 갈았고, 국내 최강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 터키 월드컵에서 한국인으로는 18년 만에 우승했다.

그러자 최성원도 화답했다. 2012년 역시 터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한국인 첫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세계 랭킹 1위를 이룬 데 이어 지난 22일 올해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그러나 기뻐할 수 없었다.

최성원은 "경률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었다"면서 "정말 좋아했던 동생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벨기에에서 상을 받은 뒤 경률이의 소식을 들었는데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면서 "이 상을 경률이에게 바친다"며 힘겹게 말을 마쳤다.

다음은 24일 김경률의 추도식에서 최성원이 오열 속에 낭독한 조사(弔詞) 전문.

경률아! 개굴아!

이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구나...

지금 우리들 앞에 묵묵히 당구에 몰입했던 플레이만 남기고 간 너의 모습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실력은 언제나 연습에서 나온다며 어딜 가든 당구 큐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세계 랭커 누구를 만나도 '금마 별 거 아니지' 하던 너의 든든한 모습은 내 마음 속에서도 커다란 힘이었다.

기억 나니? 우리 같이 세계 팀 3쿠션 나가서 그 유명한 브롬달 팀을 상대로 단 1점 못 쳐서 같이 울었던 기억을?

다신 그런 경기하지 말자며 이를 갈고 또 이를 갈고 했던 우리들의 화려한 기억을?

이제 너와 함께 이런 기억을 쌓지 못한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고 또 찢어지는구나.

언제나 선배들 앞에서 예의를 갖추고 후배들 앞에서도 낮은 자세로 당구를 대하던 너의 모습은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아직도 바로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는 너의 모습을 평생 잊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그런 너의 모습 이제 내가 받아서 조금이나마 네가 추구하고자 했던 당구의 모습을 완성시켜 나가볼테니 부디 하늘나라 편안한 곳에서 잘 있거라.

부디 편히 잠들어라.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선수 최성원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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