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방 팔리고 스토케 사들이고..노인·영유아, 시장 양극화

이지현|박계현 기자|기자 2015. 2. 27. 10: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 인구절벽-한국사회 뒤흔든다]<3>변화하는 소비구조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박계현 기자] [[2020 인구절벽-한국사회 뒤흔든다]<3>변화하는 소비구조]

#대한항공에서 23년간 일을 하다가 지난 2009년 퇴직한 소남섭 씨(65세)는 지난달 배우 김상중 씨와 한 상조회사의 광고 촬영을 같이 찍었다. 소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소 씨를 찾는 곳은 점차 늘어난다. 지난해 한 남성정장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된데 이어 이 달에는 한 저축은행 광고에 은행장 역할로 캐스팅 돼 촬영을 앞두고 있다.

노인 인구는 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 숫자는 줄면서 국내 소비분야 역시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고령층과 영유아를 타깃으로 하는 상품·서비스 모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기업들이 노인 모델을 앞다퉈 기용하는 등 부유한 노인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는 한편, 노인 빈곤율은 50%(2013년 기준 48.1%) 가까이 치솟았다. 영유아 시장 역시 우유·분유 출하량은 줄고 중저가 유아복은 안 팔리는데 명품은 의류·유아용품 가릴 것 없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

노인층을 겨냥한 상품·서비스가 늘어났다는 방증은 시니어모델의 주가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소남섭 씨는 광고촬영, 방송활동을 오가며 연간 2000만원 가량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가 소속된 서울 강남시니어클럽 두드림에는 35명의 시니어모델이 활동 중이며, 서울 양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에스엔터테인먼트' 사업단에는 154명의 시니어모델이 등록돼 있다. 소 씨는 "홈쇼핑이나 광고 등에서 일반인 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은퇴한 노인 모델을 찾는 수요가 예전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높은 노인소비자가 취미, 건강용품, 여행 등 자기계발이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갑을 연다면 소득수준이 낮은 노인소비자는 식료품비, 의료비, 주거비 등 기본욕구를 해결하기에도 형편이 빠듯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재호 부연구위원이 '보건복지 이슈&포커스' 최신호에 발표한 '노후소득의 중장기 전망과 적정성'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빈곤율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편이며 고령자간 소득분포의 불평등 정도가 OECD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3년 기준 국내 노인빈곤율은 48.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06년 42.8%에서 2013년까지 5.3%포인트 증가하는 등 수치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에 노인인구의 비율은 2013년 29.9%로 2006년 25.8%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한주성 충북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한국경제지리학회지에 발표한 '인구감소 고령화지역의 소매판매활동 특성'을 통해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소매업체의 연간판매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국내 초고령사회(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지역에선 자급할 수 없는 식료품이나 담배 위주로 소비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는 지역이 대부분 농어업활동이 활발해 식료품 자급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품목 소비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저가 유아복 시장 고전, 100만원대 유모차는 '식스포켓' 힘입어 활기

노인 빈곤이 말 그대로 노인층의 먹고 사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면 저출산 시대 유아용품 소비양극화 현상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저출산은 영유아용품 시장의 침체를 부채질한다.

통계청 기준 지난해 국내 출생아수는 43만6455명으로 전년보다 5만명 줄었다. 가임여성(15~49세) 1인당 출산 아이 숫자는 1.187명에 불과하다.

극심한 저출산으로 유·소아 숫자가 줄면서 이들이 입고 먹는 제품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유아복 대표 브랜드인 베비라를 생산·판매하던 올아이원은 2011년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국내 1호 유아복 업체인 아가방 컴퍼니는 중국 랑시그룹에 매각됐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저출산 해소 공약'에 힘입어 '정치 테마주'로 꼽혔던 국내 대표 유아복 업체가 1979년 설립 후 처음으로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분유·우유 시장의 위축 역시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우유 누적 출하량은 126만6902㎘로 전년 같은 기간(129만550㎘)보다 1.8% 줄었다. 분유와 유산균 발효유, 아이스크림 출하량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5.6%, 9.1%, 5.1%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3년(38.2㎏)보다 4.7㎏ 줄어든 33.5㎏을 기록했다.

소비층이 얇아졌지만 '식스포켓'이라 불리는 명품 유아시장은 유래 없는 활황을 맞고 있다. 식스포켓은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1명의 자녀를 위해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등 6명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사 NXC는 2013년 5000억원을 들여 노르웨이 유아용품 전문업체 스토케를 인수했다. 유모차 1대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 고급 유모차 열풍을 주도했던 스토케를 한국 기업이 인수한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유아용품 수입액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의류와 그림책, 분유의 평균 수입단가는 각각 18.2%, 13.1%, 9.2%씩 올랐다. 명품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품로고를 새긴 젖병이 국산 젖병의 10배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지만 없어서 못 살 정도가 됐다. 국내 명품 키즈시장 규모는 연간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아이가 많았을 때에는 여러 명에게 투자를 했지만 지금은 집집마다 아이가 한 명"이라며 "한명의 아이에게 집중하는 소비행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양극화 등 소득구조 변화에 인구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mt.co.kr, 박계현 기자 unmblu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