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강정호씨, 조금만 '쿨 다운' 하고 갈게요

스페셜 2015. 2.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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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큰 일이다. 여신 김선신 아나운서가 천기를 누설했다. 미국에서도 참 멀고, 낯선 땅 플로리다 브래든턴에 설치된 해적단 캠프가 일순 술렁였다. 나후나? 그게 누군데? 한국 가수? (사진 보더니) 아....진짜 똑같이 생겼네. 헤이, 나후나. ㅋㅋㅋㅋㅋ. 패기 넘친 김선신 아나운서. 그래도 의리 있다. 다른 별명은 안 가르쳐줬다.

꼭 1년 전 이맘 때였다. <...구라다> 그런 글을 쓴 적 있다. '윤석민, 우릴 후회하게 해라.' 당시 그의 훈련장은 한국 미디어에 철저히 외면 당했다. 때문에 그의 기사에는 늘 똑같은 사진이 붙여졌다. 취재의 필요성을 모르는 건 아닌데, 모두들 류현진, 추신수가 있는 애리조나로만 몰려갔다. 아마도 효율성을 따지다 보니 그렇게 됐으리라. 업자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윤석민에게는 괜한 미안함이 있었다. 역시 업자 입장에서. 그래서 '부디 나중에 잘 돼서, 우릴(미디어 업자들을) 후회하게 만들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얄궂게도 이번에는 반대다. 목동 나훈아의 캠프는 뜨겁다. 그의 첫 훈련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무려 7개 업체(?)가 10여명의 인력을 파견했다. 감독, 코치, 단장, 심지어는 구단주한테도 수시로 마이크, 렌즈 들이댄다. 그리고 마구 묻는다. 수비 잘하지? 적응 잘하지? 왼발 들어도 괜찮지? 프리배팅 때 홈런 치는 거 봤지?

아마 해적들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큰 마켓이 아닌 그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쟤가 엄청 대단한 선수구나. 조디 머서도 힘 빡 들어간다. 뭐지? 이러다 자리 뺐기는 거 아냐?

덕분에 Nahuna(=목동 나훈아) 줏가 팍팍 올라간다. 목에 힘도 좀 들어간다. DJ DOC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아니면 쉬어. 알았으면 뛰어.

참 다행이다. 이역만리 낯선 곳에서 생면부지들과. 어색하고, 썰렁하고, 소외감 느끼고.... 어쩌면 그랬을 지 모를 첫 발걸음이 뜨거운 취재 열기 덕분에 외로움을 덜었다. 진짜 큰 보탬이다.

현재 위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하지만 한 가지. 열심히 앞을 보고 달리는 지금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보자. 시선을 좌우로 돌려보자.

무슨 말이냐고? 지금 그를 비추는 조명 말이다. 온통 핑크빛이다. 너무 아름답고, 찬란하다. 쏟아져나오는 그에 관한 소식들은 모두 희망적이다. '단장이 말했다. 그는 분명 mlb 주전감이다.' '120m 홈런포에 빅리거들 환호성 지르다.' '구단주가 매커친하고 강정호한테만 특별히 아는 척 했다.' '첫 훈련 공수 평가는 Very Good.' '감독이 말했다. 매일 뛰는 선수로 준비시킬 것이라고.'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그에게 굳이 초치는 소리할 필요 없다. 기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가급적 잘 될 거라고, 술술 풀려 나갈 거라고 말해주는 게 마땅한 도리다. 그러나 가끔은 냉정한 현실도 돌아봐야 한다.

국내에 보도된 닐 헌팅턴 단장 인터뷰 중에는 "그는 분명히 mlb 주전감이다"라는 부분이 부각됐다. 하지만 그 말 앞에는 이런 전제가 있었다. "우리 내야수는 대부분 주전의 빈자리를 차지하거나 원래 포지션을 바꿔 자리를 꿰찬 선수들이다. 강정호도 여러 포지션의 수비를 맡다가 기회를 잡아 주전 자리를 획득하기를 바란다." 즉 일단 시작은 여기저기 땜빵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클린트 허들 감독의 속내도 비슷한다. "매일 경기에 뛰는 선수(everyday player)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우리 팬들에게 전해졌다. 이 말의 뜻도 '일단 시작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그리고 결국에는 주전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냉정하게 봤을 때 현재 그의 위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utility playerㆍ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영어로 하니까 있어보일 뿐, 사실 고정된 자리가 있는 주전이 아니라 대체 선수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면 우리가 잘 아는 저스틴 터너를 꼽을 수 있다. 그는 2014시즌에 109경기나 나왔다. 다저스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타율 .340, 홈런 7개를 기록했다. 타석수는 322개였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아직도 주전자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2011년 이후 꾸준히 2할 6푼대 이상의 (내야수치고는) 수준급 타격을 자랑하면서도 말이다.

사실 터너의 이런 타력은 놀라운 수치다. 들쭉날쭉한 기용에 비하면 말이다. 역시 다저스의 외야 유틸리티맨 안드레 이디어가 얼마전 "주전으로 안 쓸 바에는 트레이드 시켜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시즌 300타석 정도로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툴툴거렸다.

너무 핑크빛 뉴스 일색이다. 현실감이 무뎌진다.

목동 나훈아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수비위치는 물론 타순까지도 거의 일정한 궤도에서 돌았다. 잘해도, 조금 못해도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지키며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드라마틱한 변수가 생겨서 개막전에 주전으로 발탁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적인 경우다. 현실은 언제, 어느 자리에, 어떤 상황에서 기용될 지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늘 긴장 상태여야 한다. 한차례 수비 미스가, 몇차례 무기력한 타격이 그의 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런 쓸데 없는 걱정을 해야 할 때다. 괜히 기대치만 잔뜩 올려선 득 될 게 없다. 높이 날다가 떨어지면 더 많이 아플 뿐이다.

우리 모두 이런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유통되는 핑크빛 뉴스에 현실감이 무뎌졌을 뿐이다. 기운을 돋우고, 칭찬해주고, 잘 될 거라고, 기 살려주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진정도 필요하다. 그도 그렇고, 그의 팬들도 그렇다. 우리 모두 차분하게 지켜보자. 담담하게, 느긋하게, 진득하게.

"강정호 씨, 조금만 쿨 다운(cool down) 하고 갈게요."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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