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조양호 위원장 7개월간 뭐했나?

권종오 기자 2015. 2. 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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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의 3대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 그리고 평창 조직위원회입니다. 올림픽 준비가 엉망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중앙정부(문체부)와 야당 지사가 이끄는 지방정부(강원도)의 갈등입니다. 이것을 해결해야 할 주체는 당연히 평창 조직위원회이고 그 수장은 조양호 현 위원장입니다.

지난해 7월 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잘 되겠구나'라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평창 유치위원장을 역임해 누구보다 동계올림픽을 훤히 꿰뚫고 있고 대기업 총수에 대한체육회 부회장이란 타이틀까지 지니는 등 화려한 경력으로 정계, 재계, 스포츠계에 인맥이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평창 조직위원장을 맡은 지 이제 꼭 7개월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쉽게 말해 별로 한 게 없다는 게 주위의 평가입니다. 대기업 총수에게 가장 기대한 것은 거대 스폰서 유치였습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아주 작은 후원 계약 2개만 했을 뿐 이렇다 할 스폰서를 유치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몹시 급했던지 박근혜 대통령까지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지난 24일 국내 재벌 총수와의 오찬에서 박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경제계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스폰서십 지원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해 재벌들이 평창을 위해 돈을 아낌없이 내라는 뜻이었습니다.

갈팡질팡 행정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평창 올림픽 스노보드 경기장 이전 문제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이전을 추진하는 문체부와 반대하는 강원도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문체부와 강원도 관계자에게 "스노보드 경기장 이전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한결같이 "평창 조직위"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직위 고위 간부들에게 "조직위의 입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를 물었지만 "입장이 없다는 게 입장"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소신 없이 양측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양호 위원장의 거짓말 여부도 논란입니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에서는 '평창올림픽 D-3년'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양호 위원장은 "경기 일정과 장소는 완전히 고정됐다.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을 하기 며칠 전에 평창조직위 고위간부가 미국 콜로라도에 가서 국제스키연맹 관계자에게 스노보드 경기장 이전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이 대목은 조양호 위원장이 스스로 해명해야 할 부분입니다.

조양호 위원장의 '영'(令)이 조직위 직원들에게 서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문서 유출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습니다. 조 위원장은 중요한 내부 공문의 외부 유출을 엄격히 단속하라고 강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보안을 지켜야 할 문서가 작성된 지 몇 시간도 안 돼 언론사 등 외부에 거의 실시간으로 유출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밖으로 새나간 문건의 대부분이 강원도에 유리한 것이었습니다. 조직위는 외부 유출자를 찾기 위해 비상을 걸었지만 1명도 색출하지 못했습니다. 보안 의식과 이를 단속할 능력이 거의 0이라는 증거입니다.

공(公)과 사(私)의 구별도 논란거리입니다. 지금 평창 조직위원회에는 한진그룹 직원이 20명 가까이 파견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양호 위원장의 장녀 조현아 씨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을 때 평창 조직위 고위 간부가 조직위 사무실을 비워놓은 채 조현아 씨가 있는 현장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평창 조직위 업무는 '공'이고 조현아 씨 일은 '사'가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연맹, 각국으로부터 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조직위가 '한 지붕 세 가족'식 행태를 보여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1988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와는 비교할 것도 없이 올림픽 역사상 이렇게 힘이 없고 말썽 많은 조직위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평창 조직위와 조양호 위원장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지 않는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는 '연목구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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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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